성서·불경 하나같이 ‘육식피하라’/한겨레 2002.2.18일자 


'성인의 말씀은 같다'는 말은 채식을 한결같이 권장하는 수많은 종교와 신화에 적절한 구절인 듯 하다. 
기독교 성경의 창세기 1장29절에는 "하나님이 가라사대 내가 온 지면의 씨 맺는 모든 채소와 씨 가진 열매 맺는 모든 나무를 너희에게 주노니 너희 음식이 되리라"라고 했고, 이어서 1장30절에는 "또 땅의 모든 짐승과 공중의 모든 새와 생명이 있어 땅에 기는 모든 것에게는 내가 모든 푸른풀을 음식으로 주노라 하시니 그대로 되니라"고 했다. 태초의 모든 동물들은 처음에 채식을 했고, 식물을 먹기 어려운 혹독한 기후변화로 인해 육식동물로 변했으리라 추정할 수 있다. 

대승불교의 중요 경전으로 인정받는 <수능엄경>에서 부처님이 말씀하시길 "내가 열반한 뒤 말법시대에 이러한 귀신무리들이 세상에 많이 성행하여 고기를 먹고도 보리에 이르는 길을 얻는다 하리라… 이 고기 먹는 사람들은 설사 마음이 열리어 삼매를 얻은 듯 하더라도 모두 나찰들이라 과보가 끝나면 반드시 났다 죽었다하는 고통바다에 빠질 것이요, 불제자가 아니라 이런 사람들은 서로 죽이고 서로 삼키고 서로 잡아먹기를 마치지 아니하리니, 이 사람이 어떻게 삼계에서 뛰어나겠느냐"라고 준엄하게 고기먹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숭산스님은 "원래 우리 마음은 순수하고 맑습니다. 그런데 육식으로 인하여 동물의 의식이 인간의 의식 안으로 들어오고, 여러 가지 사회적 문제가 생겼습니다"라고 말씀하신다. 

그리스신화에는 태초의 인간은 1년 내내 화창한 봄과 같은 날씨 속에서 행복하게 살아왔으나, 기후가 급변하고, 동물을 잡아먹으면서 '소유'가 발생하고 이로부터 전쟁과 온갖 불행이 발생하는 과정이 나오고 있으며, 고구려의 명재상 을파소가 백운산에 들어가서 하늘에 기도를 하고 얻어 우리 민족에게 전해 주었다고 하는 <참전계경> 176사 `정식'편에는 "호랑이가 고기를 먹으려다 함정에 빠지고 물고기가 미끼를 먹으려다 낚시줄에 걸리는 것은 모두 다 먹이를 탐하는 입 때문이니라. 사람이 맛있고 기름진 음식을 탐하다가 병들어 목숨을 잃을 것 같으면 영혼이 머무를 곳이 없어지지 않겠느냐!"라며 고기먹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동서를 막론하고 한결같이 동물의 살을 먹는 것에 대해 경계를 하는 것은 그것이 인간의 몸과 의식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