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19일자 기사 

물고기를 식탁에 올리지 말라? 

美 PETA "포유류 수준 감수성" 이색 주장 
'인간 증오론자' 혹평 불구 美전역 시위 계획 

물고기를 인간적으로 대우하자는 새로운 동물보호운동이 미국에서 시작됐다. 
이 운동의 주역은 버지니아주 노퍽에 본부를 둔 ‘동물을 윤리적으로 대우하려는 사람들의 모임(PETAㆍPeople for the Ethical Treatment of Animals)’의 브루스 프리드리히(34)와 카린 로버트슨(24). 어류도 매우 지적이고 감수성이 예민하기 때문에 물고기를 먹는 것은 애완용 개나 고양이를 먹는 것과 마찬가지로 잔인한 짓이라는 주장이다. 


두 사람은 17일 AP 통신과 인터뷰에서 “12월부터 미국 전역의 주요 해산물 전문 식당을 돌며 대대적인 시위를 할 계획이다. 생선요리 광고를 하지 말고 트롤어선 어부들도 물고기를 자르기 전에 고통 없이 기절시킬 것을 관련 업계에 요구할 작정이다”라고 밝혔다. 특히 로버트슨은 “물고기를 제대로 알고 나면 낚시와 생선 먹기를 바로 중단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프리드리히는 2001년 7월 워싱턴DC를 방문한 런던시장에게 비둘기 고기를 먹는 문제에 대한 답변이 시원치 않다며 컵을 집어던져 구금되기도 한 강성 동물보호운동가. 

물고기 재발견 운동은 최근 영국에서 나온 몇몇 과학적 연구성과에 토대하고 있다. 에든버러대 컬럼 브라운 교수는 지난 6월 무지개고기를 실험한 결과 저수지에서 그물을 빠져나가는 방법을 무려 11개 월이나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는 “어류의 인식능력이 원숭이나 척추동물에 필적하거나 오히려 능가한다”고 보고했다. 

옥스퍼드대의 테레사 페레라 연구원에 따르면 장님멕시코동굴물고기는 수압을 감지해 주변 환경을 지도처럼 머리 속에 인식하는가 하면 그물망을 설치한 순서대로 기억해 내 연구진을 놀라게 했다. 관상용 어류는 낯선 사람이 먹이를 주면 시무룩해지는 경향도 보였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운동은 시작부터 만만치 않은 벽에 부딪혀 있다. 그 벽은 냉소론이다. 우선 많은 학자들이 물고기가 포유동물 수준의 감수성이 있다는 주장을 믿지 않는다. 특히 미국심장협회 같은 유력 집단에서는 어류를 대표적인 건강식품으로 꼽고 있다. 

미국어업협회 존 코넬리 회장은 “어류의 고통을 덜어주는 일을 도울 수는 있지만 의사나 다이어트관리사한테 1주일에 2번 생선을 먹으라는 처방을 받은 사람들의 식사를 방해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비난했다. 

특히 PETA의 ‘물고지 복지’라는 개념에 대해 시애틀의 한 어부는 “물고기를 먹지 말라는 건 아예 굶으라는 얘기”라며 “사람들은 시애틀이 생기기 수천 년 전부터 물고기 잡이를 해 왔다”고 흥분했다. 

어류학자 크리스 글래스씨도 북대서양 해덕(최대 몸길이 1㎙, 몸무게 17㎏인 대구의 일종)이 복잡한 과제를 상당한 수준으로 학습하는 능력이 확인됐다고 인정하면서도 생선 안먹기 운동은 정중히 거절했다. 

일부에서는 PETA를 동물애호단체라기보다는 인간증오론자들이라고 악평하고 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오랜 관습을 바꾸기 어렵다는 걸 인정하지만 물고기 보호는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라며 “결코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