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니븐이 주연을 맡았던 56년작을 포함, 이미 수차례 영화나 TV시리즈로 만들어진 바 있는 쥘 베르느의 고전 소설을 제작비 1억 1천만불을 투입, 새롭게 스크린으로 옮긴 코믹 어드벤처물. 아담 샌들러의 히트작 <웨딩 싱어>와 <워터보이>를 감독했던 프랭크 코라치가 메가폰을 쥔 이 새로운 버전은 원작의 주인공인 영국신사 필리어스 포그 대신 그의 조수 빠스빠르뚜 위주로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이제는 세계적 스타로 자리를 굳힌 성룡이 빠스빠르뚜 역을 연기했고, 영국산 TV출신 코믹배우 스티브 쿠간이 필리어스 포그 역을 담당했다. 영화는 이 둘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유명배우를 기용하지 않고 있는데, 대신 스타들의 카메오 출연으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화려한 카메오 출연진으로는 아놀드 슈왈츠제거가 정치입문 전 마지막으로 스크린에 나들이 했으며, 라이트 형제 역으로 실제 형제인 오웬 윌슨-루크 윌슨 형제(이둘은 우연히도 라이트 형제가 태어난 지 정확히 100년 후에 태어났다고)가 출연하고 있고, 연기파 여배우 캐시 베이츠가 영국 여왕으로, 로브 슈나이더가 샌프란시스코 부랑자 역으로 깜짝 출연하였다. 미국 개봉에선 첫주 2,801개 극장으로부터 758만불의 실망스러운 수입에 그치며 개봉주말 박스오피스 9위에 랭크되었다.

  때는 1872년. 영국은행으로부터 고향마을의 옥불상을 훔친(사실은 되찾은) 중국인 라우 싱(성룡)은 도피처를 찾다가 빠스빠르뚜라는 가명을 쓴 채 발명가 필리어스 포그(스티브 쿠건)의 시종으로 들어간다. 중국의 고향마을로 하루 빨리 돌아가기를 바라는 빠스빠르뚜가 띄운 분위기에 말려 포그는 영국 왕립 학술원의 원장 켈빈 경(<브리짓 존스의 일기>의 짐 브로드벤트)을 상대로 80일만에 세계를 일주할 수 있음을 증명하는 내기를 하게 된다. 시민들의 격려속에서 길을 떠난 포그와 빠스빠르뚜는 첫 도착지인 파리에서 미인 화가지망생인 모니끄 라로슈(세실 드 프랑스)를 일행으로 받아들인다. 한편, 불상을 빼앗으려는 팽장군(막문위)이 이끄는 흑전갈단 무리 및 팽장군과 결탁한 켈빈 경이 보낸 런던 경시청 소속 픽스 경위(이웬 브렘너)가 일행을 추격, 위협에 빠뜨리고 그때마다 빠스빠르뚜는 뛰어난 무술 실력으로 일행을 위기에서 구한다. 이제 프랑스, 터키, 인도, 중국, 미국을 경유, 영국으로 돌아오는 80일간의 대장정이 스크린에 펼쳐지는데...

  미국 개봉시 평론가들의 반응은 호평과 혹평으로 양분되었는데, 후자 쪽의 반응을 나타낸 평론가들이 수적으로 우세하였다. 우선, 이 영화에 대해 차가운 반응을 나타낸 평론가들로서, 시카고 트리뷴의 마크 까로는 "이 코메디는 '쥘 베르느의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는 표현대신 '쥘 베르느 소설에 착안했다' 또는 '쥘 베르느의 소설 제목과 캐릭터 이름을 빌려왔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이라고 평했고, 뉴욕 포스트의 루 루메닉은 "점점 더 피곤한 듯한 모습을 보이는 성룡을 위한 서투르기 짝이 없는 영화. 차라리 '80번 하품 동안의 세계일주(Around the world in 80 yawns)'라고 부르는 편이 나을 듯."이라고 공격했으며, 뉴욕 데일리 뉴스의 잭 매튜스는 "내가 지금까지 본 클래식 영화의 리메이크들 중에서 가장 엉터리 같은 영화 중 한편."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반면, 이 영화에 우호적인 반응을 나타낸 평론가들로서, LA 타임즈의 마놀라 다지스는 "뜻밖에 찾아온 경쾌한 스펙타클 대작."이라고 칭했고, 뉴욕 타임즈의 스티븐 홀든은 "옛 스타일 오락물의 만족스러운 한 조각."이라고 호감을 나타내었으며, 시카고 선 타임즈의 로저 이버트는 "신나는 하이 컨셉 코메디물."이라고 합격점을 주었다. (장재일 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