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와 몸통에 / 달랑 두 발가락만 있는 발하나가 엉덩이에 붙어 있을 뿐 / 다리도 팔도 두 손도 없는 / 닉 부이치치가 북미대륙을 여행하던 중 / 이륙하려던 비행기 엔진에 불이나서 두 시간을 더 기다려야 하는 일이 생겼다

일은 바쁘고 갈 길은 먼 사람들 / 왜 비행기 정비를 제대로 안해서 이런 피해를 주느냐고 / 승객들은 원망과 붚평을 쏟아 냈으나 닉 부이치치는 / ‘잊지말자 하나님은 공연히 세월을 낭비치 않으신다’ 며 / 하나님의 뜻이 나타나길 기다렸다.

얼마 후 다른 게이트로 가서 다른 비행기를 타고 막 이륙하였을 때 / 흐느끼며 우는 여인이 옆자리에 있어 닉 부이치치는 / ‘어려운 일이 있으신가 봐요, 제가 뭘 좀 도와 드릴까요’ 하였고 / 간단한 수술을 받은 열다섯살짜리 딸이 갑자기 쇼크가 와서 상태가 위급해서 간다는 그 여인에게 /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 후 헤어질 무렵 닉 부이치치는 ‘불안하시면 제 손을 꼭 잡으세요’ 했다.

있지도 않은 손으로 / 울던 여인을 따뜻이 잡아서 웃으며 가도록 만든 닉 부이치치 같이 / 나도 그렇게 할 수 있을까? / ‘불안하시면 제 손을 꼭 잡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