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을 쓰면 누가 알까 탈을 쓰면 탈인 것을 
호랑이 탈을 쓰면 호랑이 되어 어흥 어흥 
양의 탈을 쓰면 양의 되어 매에매에 
소의 탈을 쓰면 소가 되어 움메움메 

국제탈춤잔치가 열리는 안동 땅 
한국의 탈 세계의 탈 탈들이 나를 본다 
양반이라고 별 수 있나 탈 하나 쓴 것일 뿐 
그래도 우리 것이라 하회탈 앞에 선다 

양반탈을 써 볼까 파괴승 탈을 쓸까 
팔뚝힘이라도 써 보게 백정의 탈을 쓸까 
이놈 저놈 다 호리게 부네의 탈을 쓸까 
까짓 세상 웃겨 보게 초랭이 탈을 쓸까

아무도 보지 못하게 금줄을 둘러치고 
혼신을 다하여서 탈을 만든 허도령 
생각하면 누구나 탈을 만드는 인생인데 
제가 쓸 탈 하나도 제대로 못만드네 

세계의 명품탈이 다 모인 탈춤마당에 
휘적휘적 들어서는 탈도 못 쓴 탈 하나 
어느 판에 들어설까 어느 장단에 춤을 출까 
기웃거리다 돌아서는 탈이 덜된 탈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