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한 나무를 보았더니 그 나무도 나를 보았다  
내가 그 나무를 불렀더니 그 나무도 나를 불렀다  
내가 그 나무를 찾았더니 그 나무도 나를 찾았다  
내가 그 나무 앞에 가서 섰더니 그 나무도 내 앞에 섰다  
그런데 그 나무는 점점 커지고 나는 점점 작아졌다  
그러더니 나는 없어졌다  
나는 이렇게 있는데 나는 나를 찾을 수가 없었다 
나무와 나는 술래잡기를 하고 있었다  
나무이면서 나무가 아닌 나무  
마술같이  나를 숨기는 나무  

내가 나를 잊지 않으려고 그 나무에 내 이름을 썼더니 
그 나무가 자기 몸에 내 이름을 새겨 주었다  
나는 어디 있는가 하고 찾으면 나는 그 나무 속에 있었다  
내가 나를 사랑하는 것 보다  그 나무가 나를 더 사랑하였다  
나는 아예 그 나무에게 물었다 
나는 어디 있습니까?  
나는 무얼 생각하고 어디를 가려하고  
나는 또 무엇을 해야 합니까?  
그러면 그 나무는 나의 자리 나의 길 나의 일을 가르쳐 주었다  
웃기는 나무  
상스럽지 않는 고상한 나무 

이 나무 안에 살아도 되겠구나 하고 그렇게 살았더니  
이제 나는 나를 찾았다  
이제 나는 자유롭다 
무엔가 참되고 진실하고 생명의 길을 찾고  
전과같이 막되지 않고 헛되지 않고 어디까지나 순결하고  
나는 기쁘고 나는 즐겁고 나는 온전해 지길 원했다  
하나 뿐이면서 온 세상 어디나 있는 나무  
죽었으면서 죽음의 그늘도 없이 살아 있는 나무 

모든 사람이 보고 모든 사람이 부르고  
모든 사람이 그 앞에 나가 서서 
모든 사람이 그 나무 속으로 사라져야 할 나무  
모든 사람이 그 나무 속에서 찾아지고  
모든 사람이 그 나무에게로부터 다시 나야 할 참 어버이같은 나무  
나무보다 더 나무같은 나무  
향보다 더 향기로운 나무  
세상에 있으나 하늘에 있고 하늘에 있으나 세상에 있는 나무  
사람을 거듭나게 하고 새 생명을 주는 나무  
정녕 나무이면서 빛을 내고 타오르는 하나님 같은 나무  
하나님의 외아들 예수님이 못박힌 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