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랑 냄비 하나 바가지 하나 수저 두쌍을 들고 / 단칸 셋방으로 살림을 났어도 / 층층시하 시어른들 잘 섬기어 사랑받은 우리 엄마

두세살 터울로 8남매를 낳으시고 / 그 자식들 먹여 살려야한다고 산 후 사흘도 못가서 / 부은 발 떨리는 다리로 미싱을 밟으시다가 / 하늘이 빙글빙글 돌다가 노래지며 쓰러지면 / “내가 쓰러지면 저 자식들 누가 먹여 살릴꼬” 하며 이를 악물고 다시 일어나셨다는 우리 엄마

시집올 때 해 온 두터운 이불솜을 한켜 한켜 벗겨서 훈훈한 아가들 누비옷을 만들어 내건너고 산넘어서 / 도부를 다니시다 이불솜이 다하자 / 옹기점에 가서 옹기를 사서 도부해서 / 그 무거운 곡식을 생기는대로 이고 / 쉬고 싶어도 쉬지도 못하고 집에 오셔서 / 캄캄한 밤에야 저녁밥을 지어주시던 우리 엄마 

도붓길에 해저물어 / 한발 한발 길도 없는 산을 넘어 인가를 찾았더니 / 관솔불에 바느질하던 두메 아낙 하는 말 / “그 산에는 사람 헤치는 산짐승 잡겠다고 여기저기 함정도 파두었는데 이 어둔 밤에 어찌 그 산을 넘어왔오 조상님이 도우시고 하늘님이 살리셨오” 그 얘길 듣고서야 몸서리치며 소리없이 눈물을 훔치셨다는 우리 엄마

똑똑하고 당찬 맏아들 6.25때 인민군이 잡아가 잃고 / 무슨 일이나 엄마 도우려고 애쓰던 착한 둘째를 병으로 잃고 온 방에 피를 쏟으며 낳은 막내 아들 / 자릿가시가 등에 찔려 속 깊이 곪아서 잃고 / 밥하면서도 물 길으면서도 도부다니시면서도 / 가슴에 묻은 잃은 자식들 너무 귀해 / “우예 살고 이 자식들 없이 우예 살꼬” 늘 울던 우리 엄마

소도 있고 수레도 있는 기와집에 / 황금알보다 더 귀한 돈 빌려주었다가 / 고리채탕감 정책 나왔다고 안 갚고 배 내밀어도 / “떼먹은 사람보다 떼인 사람의 죄는 덜하지”하신 우리 엄마 / 기어히 한푼두푼 모은 돈으로 집도 사고 땅도 사서 / 내 집에서 내 양식으로 자식들을 먹이신 / 장하신 우리 엄마를 아시지요 하나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