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남지 않았다면♤
                                     
갈 길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
“빨리가자” 하고 길을 서두르는데
   내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
   “빨리 가자” 하지도 못하고 어찌하나

할 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
“좀 쉬고 해도 되겠네” 하며 쉬기도 하는데
   내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
   “쉬고 가자” 하지도 못하고 어찌하나

쓰던 노트가 얼마 남지 않았다면
새 노트를 장만해서 쓰면 되는데
   내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
   새 생을 장만해서 쓸 수도 없으니 어찌하나

쓸 돈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
“무얼 하는데 이렇게 썼지. 이젠 아껴야지 아껴야지”
할 수도 있는데
   내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
   후회는 할 수 있으나 아껴 쓸 수는 없으니 어찌하나

어찌해야 하나
무엇을 해야 하나
가을이 되고 낙옆이 지듯
진정 내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