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길을 물으면
                                     
누가 길을 물으면
나는 말없이 가을 길을 가고 싶다.

따겁고 눈부신 가을볕같은 주님의 빛을 사모하며
가을 길을 가고 싶다.

한가한 길 섶에 탐스럽게 핀 코스모스 같이
잘익은 벼이삭같이
탐스럽게 익어가는 능금같이 되기를
기도하는 가을 길을 가고 싶다.

“하긴 열심히 일 해야 하지만
어디 사람 힘 쓴다고 다 되나요.
하나님 은혜지요 하나님 은혜”라는 순박한 농군같이
감사가 있는 가을 길을 가고 싶다.

누가 길을 물으면
다들 바삐 가는데 혼자라도
짧은 해 지고 드세어 지는 바람결에 울기를 
시작하는 억새 같이
스산한 강가에 앉아 말없는 바위같이
영원을 사모하여 목이 마른 
가을 길을 가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