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역시 어리석습니다.
코 앞에 주먹을 들이대기 전에는 설마 설마 합니다.
아프카니스탄에서 23명의 한국인들이 탈레반에 피랍되었다고 해도 그들의 가족 외엔, 그들의 교회 외엔, 정부의 해당부서 외엔, 두려운 자도 다급한 자도 없었습니다. 
떠날 때 그들이 남겨놓은 아름답고 밝게 웃는 모습만 보면서 곁에 한가하게 있는 자들에게 하듯 “왜 가지 말라고 하는 곳에 갔느냐” 며 핀잔만 했습니다.
“남의 문화는 무시하고 너희 독선을 내세웠기 때문이니 구명운동도 아깝다”며 비난을 했습니다. 같은 믿음을 가진 자들 속에서도 이런 비난을 동참하는 자들도 있었습니다. 
위해서 기도한다해도 다급하지도 않았고 간구하지도 않았고 안일하게 “하나님! 전능하시오니 잘 돌아오게 인도하실 줄 믿습니다.” 하고는 졸고 있었습니다. 그랬는데 드디어 우리의 눈 앞에 탈레반의 무지막지한 주먹이 들이대어졌습니다. 그것은 수 많은 총상으로 쓰러진 배형규 목사와 심성민씨의 시신이었습니다. 

아직도 탈레반의 손에 21명의 인질이 잡혀 있습니다. 이제 우리가 그들을 위하여 어떻게 무엇을 말할 것입니까? 이제 우리가 그들을 위하여 어떻게 기도할 것입니까? 
이미 아프카니스탄의 붉은 산에 피를 뿌린 그들은 가족과 이웃에 대해 어쩌면 그렇게 아름다운 심성과 삶을 살아온 사람이었는지요. 죽은 자에 대한 예우로 늘어놓은 공치사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남은 자들도 모두 이런 자들일 것입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 멀고 위험하고 덥고 먼지 투성이인 곳에 왜 모든 사람들이 다가는 바다로, 산으로, 유흥지로 가지 않고 더 많은 돈을 쓰면서 그 곳으로 갔겠습니까?
6.25때에 고아가 된 우리의 아이들 같이 굶주린 그 나라 아이들의 눈망울이 별처럼 반짝이며 그들을 불렀기 때문이겠지요. 
한여름의 매미보다 더 이른 아침부터 더 진하게 병으로 신음하는 그들의 소리가 귀와 마음에 울렸기 때문이겠지요.

탈레반의 대변인이 천둥소리같이 큰소리로 외쳤습니다. “협상은 실패했다. 앞으로는 남자들을 죽이고 그리고는 여자들도 죽이겠다. 그리고 그 시간도 더욱 빨리 하겠다.”고
북한이 핵무기를 만들었다 해도 놀라지 않았던 우리가 이제는 놀라야 합니다. 북한은 꾀를 써서 미사일을 동해로 쏘았기에 설마가 아직도 설마로 있지만 탈레반은 그 잔혹한 총부리를 우리의 머리로 겨누고 있지 않습니까? 

이제 모든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아프카니스탄 정부는 한발 뒤로 물러나 있고 미국은 테러분자들과는 협상하지 않는다는 원칙만 내세우고 우리의 손은 탈레반 지도부에 닿지 않아서 피랍자들의 생환은 기적을 바라는 일과 같습니다. 
신앙이 다르다고, 내 휴가가 귀하다고, 나는 안전하다고 아직도 그들을 비난할 것입니까? 나같이 안전한 곳에서 미적거리고 있지 않았다고 나무라기만 할 것입니까? 
아닙니다. 그래서는 안됩니다. 이제는 정녕 그들을 위해 간구해야 합니다. 피랍된 이들이 탈레반을 두려워 말고 영혼과 육체를 함께 멸하실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믿음으로 무장하기를 기도합시다. 그들은 지금도 온전히 하나님의 사랑 안에 있고 능력의 손 안에 있기를 기도합시다. 유라굴라 광풍 속에서 여러날 해와 별을 보지 못하고 죽을 줄만 알고 두려워하던 자들에게 “이제는 안심하라 너희 중 생명에는 아무 손상이 없겠다”고 한 사도 바울처럼 누군가 하나님을 만나고 그렇게 그들에게 말할 수 있기를 기도합시다. 그리고 그대로 되기를 기도합시다. 

그리 아니하실지라도, 아프니카니스탄의 민족 위에 그들의 잔이 관제로 부어질지라도 그들을 섬긴 것을, 믿음으로 살아온 것을 감사하고 기뻐하며 예수님이 지금도 함께 하심을 믿고 담대하기를 기도합시다. 그들 스스로 부족한 줄만 알고 있던 그들의 믿음과 삶이 헛되지 않고 아프카니스탄인들의 구원의 거름으로 쓰실 것을 굳게 믿기를 기도합시다. 초대교회 사도들같이 예수님이 가신 그 길을 가게 된 감사와 찬송을 할 수 있기를 기도합시다. 

우리 모두 그들과 함께 그 곳에 있는 것처럼 그들의 가족인 것처럼 기도합시다. 그들을 사랑하시어 부르시고 “누가 나를 위하여 갈꼬” 하시매 응답하고 일어선 이들을 아프카니스탄으로 보내신 하나님의 심정으로 기도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