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초

 1
추석을 20일 앞 둔 휴가 마지막 날 
부모님 산소에 갔습니다.
벌초를 하다 보니
억세는 그 굵은 뿌리를 내리며 여기저기 터를 잡았고
쑥, 제비꽃 풀, 망초, 그리고 이삭이 피어나는 산 풀이
기세 좋게 자라고 있었습니다.
잔디를 심어 가꾸는 산소에 이렇게 많은 잡초가 자라듯이 
배우기는 의를 배우는데 어느 사이에 나도 모르게
내 마음 내 생활에는 이렇게 수많은 불의의 잡초가 
자라고 있지는 않는지......


 2
낫으로 그 뿌리를 잘라서 잡초를 뽑아내며 
벌초를 하다 보니 
일은 늦어지고 구름은 걷혀 땡 볕이 나 숩이 막히도록 덥고
땀이 비 오듯 했습니다.
잡초 뽑기는 그만두고 풀잎이나 베고 말까
오늘은 그냥 갔다가 시원한 날 다시 올까하는데
편찮으셔서 식사를 못하시고도 일터로 나가시던 아버님과 
무거운 곡식을 이고 땡볕에 먼 길을 오시면서 덥고 허기가 져도
배고픈 자식들 생각에 국수 한 그릇 안 사 잡수셨다던 어머님 생각이 났습니다.
 " 그래 이 정도 더위는 더위도 아니야 
  그래 이 정도 힘든 것은 힘든 것도 아니야" 하면서
녹 쓴 낫으로 해가 지고 어둡도록 벌초를 하고 나니 
부모님의 말씀이 들리는 듯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