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라 해도
난 아닌 줄 알았지
산골에서 나서 여지껏 산골에서 사는 나 같은 이가
나그네는 무슨 나그네인가 했었지

그러다가 어느 순간 문득
봄 여름 가을 겨울이 구름가듯 가고
한해 두해 세 해가 강물 같이 흘러가는
나도 세월을 여행한 나그네임을 알았네

눈 감으면
시냇물에 수제비 뜨며 넓은 세상으로 나가고파 하고
느티나무에 오르며 크게도 되고파 하고
산 고개를 오르며 높게도 되고파 하던
내가 여지껏 그 자리에 그냥 서 있는데.......

내 무슨 여윳 돈이 있어 호사스럽게 여행인가 했더니
세월의 차 삯으로 유년을 써 버렸고
세월의 밥 값으로 청년을 써 버렸고
세월의 방 값으로 장년을 쓰고 있네
참 바보같이 에누리 한번 안 해보고
마음 좋게 인심 좋게 달라는 데로 다 줘가며
예까지 왔구나

하기는 덜 주겠다고 떼를 써서 덜 준 이가 있는가?
안 가겠다고 머물겠다고 떼를 써서 머문 이가 있는가?
누구나 가야 하는 나그네인 것을

가만있어 보자 이제는
내 어느곳을 향해 가는 나그네인가
내 무슨일을 하고 가야 할 나그네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