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로 가는 길목에

여름을 지나 가을로 가는
길목에 
태풍이 온다
산 같은 파도를 일으켜 세우고
억수로 비를 쏟으며
세상을 삼킬 듯 눈을 부라리며 괴성을 지르며
태풍이 온다.

들을 지나 산으로 가는 
길목에
강이 있다.
바위를 휘감아 돌며 깊은 소를 만들며
흐르는 강이 있다
강 건너엔 
열길 스무 길 벼랑도 있다.

세상을 지나 하늘로 가는
길목에
죽음이 있다.
테풍같이 휘몰아 덮쳐
소보다 깊은 무덤 속에 던지는 
죽음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땅으로
태풍을 이기고 가을을 추수하고 
소망으로 
강을 건너 산을 오른다.
믿음으로 
죽음의 골짜기를 지나
하늘로 간다.
하늘나라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