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봄엔 
이런 사람이 되게 하옵소서

아침 저녁으로
쉬지도 않고 창문을 두드리는
부지런한 사람

꽃밭에선 매화가지를 어루만지고
철길에선 개나리 울타리를 붙잡고 놀다가
산기슭에선 산수유 진달래 나무가지를 간질러 주는
모두에게 친절한 사람

눈 덮인 산봉우리에선 눈보라가 되어도
아이들이 뛰노는 운동장에선
촉촉한 봄비로 내리는
그렇게 헤아리는 마음을 가진 사람

개울가 버들개지의 솜털을 파고 들다가
개구쟁이의 배꼽을 뱅글 돌다 달아나는
봄바람 같이 장난끼도 있는 사람

담 밑에 봄볕같이
환하고 따뜻한 사람

이봄엔 
이런 사람이 되게 하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