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눠 갖는 정치 함께하는 정치

4년전 이맘때였습니다.
아침 일찍 아내와 투표장에 가면서 "찍을 사람이 없다" 그랬더니 아내가 "그래도 투표는 해야지" 라고 했습니다. 마치 개근상은 꼭 타야한다는 어머니 말씀 때문에 어지간히 아파도 학교를 가던 어린시절처럼 그렇게 투표장에 가서 투표를 했습니다.
그때 우리가 뽑은 사람들이 지금 '겨 묻은 개가 똥 묻은 개 나무라듯' 서로 돈을 덜받았다 더 받았다 싸우고 있습니다. 무협소설을 방불케하는 국정활동을 하고 있고 여전히 흑색비방과 금품살포와 향응제공과 색깔론으로 얼룩진 선거판을 재현시키고 있습니다.
그 사람들 이야기는 그 사람들에게 돈을 받은 기자들이 쓰고 있고 그 사람들에게 잘 보여야 할 사람들은 그 사람들을 찾아가 선거비용을 댑니다.
이게 뭐하자는 짓인지...도무지 밀려오는 회의와 불신을 극복할 길이 없습니다.
이리 더디게 가는 게 역사라면 인간이 한 천년은 살아야 세상 변하는 모양을 볼 수 있을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악순환은 어느 한 쪽에서 그 질긴 고리를 끊어야만 끝이 납니다.
권력의 맛을 보고 돈 맛을 본 그 사람들이 끊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 사람들은 아편에 중독이 되듯 중독이 되었으니까. 그렇다면 우리가 끊어야 합니다. 우리는 지금 대의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고 지역주민의 대표를 뽑고 그들이 모여 나라를 운영합니다. 그들이 바로 우리의 대변자이며 얼굴이며 말 그대로 '심부름꾼'입니다.
우리가 'NO'할 수 있어야 악순환이 끝날 것 같습니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 중에도 설이나 보름에 동네에 모여 윷놀이를 하고, 관광차를 타고 여행을 다녀오고 종친모임을 빙자해서 향응을 제공받고, 잘 알지도 못하면서 특정인을 비방했던 사람들이 있을 것입니다. 식당에 모여서 불고기를 시키고 선거 사무실에 전화를 해서는 '인사하러 오라'고 한 사람도 있고 같은 성씨라고 찍고, 같은 학교 나왔다고 찍고, 얼굴 잘생겼다고 찍고...우리가 이래서는 지금 우리를 정치불신과 혐오의 나락으로 밀어넣고 있는 그 사람들을 욕할 수가 없습니다.
이제 정치는 그 사람들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주민들은 동네별로 주민자치위원회를 만들어 중요한 사항을 결정하고, 시민들은 시의회를 만들고 도민들은 도의회를 만들고, 학교에는 운영위원회가 있고, 도단위로 교육위원회도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정치며 우리가 인터넷에 우리의사를 써서 올리고, 여론조사에 참여해 우리 의견을 이야기하고 방송토론을 하고 다양한 시민단체에 참여해 활동을 하는 모든 것이 정치행위입니다.
이제 세상은 금뱃지를 단 그 사람들만 하는 것이 아니고 시민들과 함께 하는 것입니다. 한때 우리는 그 사람들에게 전폭적인 신뢰와 전권을 위임했지만 그들은 우리의 신뢰와 기대를 배신했습니다. 이제 우리는 투표에서부터 시민단체 활동까지 전폭적인 참여와 의사표현과 행동으로 그들이 독점하고 있는 권력과 정치를 되찾아야 합니다.
저는 올 해도 아침 일찍 아내와 투표장으로 갈 것입니다.
그것은 우리 모두에게 초등학교 6년개근상 보다 더 값진 참여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