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의 안방, 안동에서 펼치는 국보법 철폐운동
시민선언 이어 천주교 안동교구 시국미사 열어

 한나라당의 텃밭인 경북, 그 중에서도 북부지역의 거점도시로 보수의 본향을 자처하는 안동에서도 국가보안법 철폐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높았다.
 9월 말, 전국적인 상황에 맞춰 국보법 폐지 운동을 펼치던 시민단체와 몇 몇 인사들은 안동지역 시민들의 뜻을 따로 모아 국보법 폐지에 힘을 보태기 위해 국보법 폐지 안동 1천인 선언을 준비하기에 이르렀다. 일일이 시민들을 찾아다니며 서명을 받고, 활동에 필요한 모금을 하던 중 지난 11월 초, 국가보안법 반대 등을 위한 "안동지역공동투쟁본부"가 결성되었고 몇 몇 뜻있는 개인들이 추진하던 안동선언을 받아 안고 조직적인 운동에 나섰다. 그 결과 지난 11월 23일에는 중앙 일간지와 지역 신문에 광고를 내고 매주 토요일 거리 홍보전과 1인 시위를 이어갔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이 국보법을 미끼로 나머지 개혁입법안을 관철시킬 움직임이 보이는 등 17대 국회가 국보법을 다루지 않을 가능성이 점쳐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천주교 안동교구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정상업 바오로 신부)를 중심으로 급박하게 시국미사를 조직했다.
 1일 저녁 7시30분 안동카톨릭회관에는 신자와 비신자를 가리지 않고 국보법 폐지를 요구하는 시민 300여명이 모였다. 인구 18만의 도시에서 결코 적지 않은 사람들이다. 무엇보다 이들은 자발적으로 국보법 철폐를 위해 기도하러 모인 사람들이다. 할머니, 할아버지, 아주머니, 아저씨, 학생 할 것 없이 인권을 탄압하고 통일을 가로막으며 숱한 무고한 목숨을 앗아간 국보법이 이번에야말로 제발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져주길 간절하게 기도했다.
 김영애(25)씨는 미사도중 기도를 통해 '다가오는 2005년은 국보법이 사라져 조국통일의 희망을 품게 해달라'고 기도했고 강론을 맡은 정도영 베드로 신부는 냉전시대의 산물인 국보법이 60여년 동안 살아있는 현실은 그 자체로 우리 민족의 비극'이라며 정치권의 결단을 요구했다.
 미사 참가자들은 미사를 마치고 촛불을 들고 시내를 돌며 시민들의 관심과 동참을 호소했으며 시민들은 나눠준 성명서를 시린 손으로 들고 읽어보는 것으로 화답했다.
 열린사회를 위한 안동시민연대 박명배(35) 사무국장은 '안동지역 시민들도 국가보안법 철폐를 간절히 바라는 것을 느꼈다'며 '국가보안법이 철폐될 때까지 우리의 노력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17대 국회가 얼마 남지 않은 연말, 역사의 부름에 직면한 정치권의 결단에 안동시민들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