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발전과 음식물 쓰레기

 1992년 브라질 리우에서 열린 유엔환경개발회의 이후 '지속 가능한 발전'이라는 개념이 인류의 미래에 대한 하나의 대안처럼 제시되었다. 간단하게 말해서 인간의 생존 터전인 지구환경은 일정한 한계가 있고, 자연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의 발전을 하기 위해서는 환경에 대한 관심을 세계적으로 고취시키고, 환경과 개발의 문제를 조화시키는 세계전략의 이념적 방향을 설정해 지구환경보호를 위한 기본적 원칙과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리우 환경회의 이후, 이 '지속 가능한 발전'의 문제는 특히 지방 자치정부를 중심으로 꾸준히 의제화되었으며, 세계적인 화두가 되어 있다.
 그러나 전방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는 이러한 '지속 가능한 발전'이라는 개념 자체의 허구성을 입증하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한 군사적 패권주의는 군비증강을 낳고 세계적인 다국적 기업들이 공해를 수출하고 개도국들은 자연파괴적인 개발정책을 쓰고 있다. 지구 환경에서 한 사람이 사용할 자원을 기준으로 본다면 미국은 6배, 유럽은 3배 이상을 소비한다. 이러한 빈부간의 갈등, 국가간의 갈등, 자본의 갈등이 지속되는 한 우리 세대는 다음 세대를 위해 저장하고 아껴야할 자원을 관리하기는커녕, 점점 파국으로 가는 가속도를 높여놓을 뿐이다.
 더러 개발론자들은 과학의 발전이 환경문제를 포함해 지구자원 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라고 믿고 있지만, 환경의 위기는 과학의 발전 속도를 앞질러 우리들을 위협하고 있다. 인간들의 소비와 파괴는 이미 지구가 견뎌낼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고 있는 것이다. '지속'은 커녕 지구가 언제까지 이 상황을 '지탱'해낼 지 의문이다.
 새해부터 안동시를 비롯한 지방 정부들이 음식물 쓰레기 분리수거를 시작했다. 나도 집 씽크대 밑에 김치통 하나를 놓고 음식물 쓰레기를 모으고 있다. 3주가 다 되어서야 겨우 한 통이 찼다. 그동안 악취를 참고, 불편을 감수하면서, 되도록 음식물 쓰레기가 생기지 않도록 웬만한 건 다 먹었다.
 나야 어느 정도 살았다. 그래서 지금 죽어도 그만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내 아들이 결혼을 하고 첫 아이의 탄생을 기다리는 순간, 아니면 나의 사랑하는 손자가 새로 산 가방을 들고 처음으로 학교에 가는 날, 기상이변이 지구를 덮치고, 가족들의 목숨을 앗아간다면? 끔찍하지 않은가?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악취를 참으면서 음식물 쓰레기를 모으고, 덜 소비하면서, 지구환경이 나에게 허락한 소비마저도 줄여서 우리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는 것이다. 인간이 '발전'하지 않더라도 지구환경은 '지속'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