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율스님의 안동 방문에 부쳐

오늘과 내일, 지율스님이 우리지역을 방문합니다.
지율스님의 이번 방문은, 천주교 안동교구 생명환경연대의 초청으로 마련되었으며 지율스님은 오늘 안동에서, 내일은 상주에서  생명·환경과 관련한 강연회를 갖습니다.
지율스님이 누군지 기억나십니까? 지율스님은, 고속철도 천성산 관통 터널공사에 반대하며 지난 겨울 목숨을 건 단식을 하신 분입니다. 도룡뇽의 친구로 잘 알려진 지율스님은 자신의 목숨을 걸고 도룡뇽을 지킨, 범인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일을 하신 분입니다.
당시 정부는 고속철도 공사구간으로 천성산 관통을 고집했고, 지율스님은 도룡뇽을 살려달라고 외치며, 외롭고 긴 싸움에 나섰습니다. 이를 둘러 싸고 다양한 의견들이 나왔고, 스님의 목숨이 경각에 달린 시점에서, 정부가 3개월 동안 천성산 공사에 따른 환경영향을 공동조사하자고 제안했고, 스님이 이를 수용하면서 이 문제는 일단락되었습니다.
당시를 회상해봅니다.
도룡뇽을 살리자고 소중한 목숨을 걸었다면 모든 사람들이 스님을 비웃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스님이 목숨을 걸고 살리고자 했던 것은 단순히 도룡뇽만이 아니라 개발을 위한 경쟁적 생태계 파괴로 공멸의 위기에 처한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였습니다. 많은 국민들이 여기에 공감해 스님이 단식을 풀던날 만세를 불렀습니다.
이 좁은 우리나라도 1일생활권을 외치던 시대를 지나 반나절생활권을 외치며 동서남북으로 고속도로가 뚫리고, 경쟁적으로 이동 시간을 단축시키는 작업이 분·초를 따지며 진행되고 있습니다. 우리 인간이 그러는 사이, 동물들은 이동통로를 잃어버리고 도로와 도로 사이에 갖혀 먹이사슬이 끊어지고 하루에도 무수한 종이 멸종해가고 있습니다.
어쩌면 인간의 이러한 발전과 개발에 의존한 문명사는 자살문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떤 교수는 인류의 문명이라는 것이 마치 침몰 전야의 타이타닉호 같다고도 합니다. 
소비와 파괴의 역사는 이제 지구온난화 현상을 필두로 우리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지난 15년 동안 최고기록을 9번이나 경신하며 진행되고 있는 지구온난화는 인류문명 전체에 대한 반성과 재정립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우리 인간들은 본능적으로 지구환경의 대재앙이 예고되는 시점에서 생명과 환경에 대한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도룡뇽을 살리자는 지율스님의 단식은 지구 재앙에 저항하는 선구자적인 행동이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얼마 전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환경지수 등수에서 세계 146개 국 중 122위를 했습니다. 그동안 경제개발이라는 미명 하에 이 좁은 국토를 마구잡이로 파헤친 결과입니다.
이제 우리는 생명 환경과 관련한 선구적인 노력들에 박수를 보내고 그 대열에 함께해야 합니다.
 이번 지율스님 단식과 관련해 정부는 어렵고도 용기있는 결단을 내렸습니다. 정부가 본원적으로 가지고 있는 개발의지에만 매몰되지 않고 다양한 사회적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수렴하는 자세가 돋보인 이번 결정처럼, 앞으로의 인간의 문명은 생명과 환경에 대한 가치가 중심에 놓여야 할 것입니다.
인간이 목숨을 걸고 살려 낸 도룡뇽 한 마리가 미래의 인간의 목숨을 구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