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수준으로 승부하는 병원

요즘 종합병원들이 건물을 새로 짓는 현장을 자주 보게 됩니다.
이만한 도시에 저만한 병원이 있어야 하는걸까 싶을 정도로 건물은 높게 올라가고 있습니다. 오늘만 해도 안동에 새로 지은 병원이 개원을 했습니다.

사람들의 평균수명이 길어지고, 생활수준과 의료복지가 향상되면서 우리는 병원을 자주 드나들게 되었습니다. 여기에는 의사의 처방전이 있어야 약을 살 수 있는 의약분업도 한 몫을 했습니다.
병원들은 종합병원 개인병원 할 것 없이 경쟁적으로 시설을 보완하고 건물을 새로 짓습니다. 깨끗하고 넓은 병원이 있다는 것은 우리 시민들에게는 좋은 일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 높은 건물의 허상을 잘 알고 있습니다.
잦은 의료사고와 의사를 믿지 못하는 불신풍조.
건물을 아무리 잘 지으면 뭘합니까? 병원은 호텔이 아닙니다. 인테리어와 객실의 전망으로 승부하는 호텔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병원이 아무리 친절하면 뭘합니까? 직원들의 친절로 승부하는 레스토랑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모름지기 병원은 병을 잘 고쳐야합니다.
지역 종합병원들에서 발생하는 잦은 의료사고와 오진, 뒤떨어진 의료수준은 이미 지역민들의 신뢰를 잃기에 충분한 것입니다. 사정이 이런데 다른 지역의 환자들이 우리지역에 아무리 크고 친절한 병원이 있다고 하더라도 찾아올 리가 없습니다. 
지난달 전국 78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한 평가에서 지역의 모 종합병원은 D등급이 가장 많은 병원으로 최하위를 면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도 이미 병상 수는 기준치를 훨씬 넘어서 과열경쟁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병원이 진정으로 환자들을 위하는 마음이 있다면 의료수준을 높이고 끊임없는 연구로 질적인 발전을 해야하는 것입니다.  
오죽하면 감기환자 말고는 다 서울로 가라는 말이 나오겠습니까? 
이제 지역의 병원들도 건물만 지을 것이 아니라 우수한 의료진을 유치하고, 발전된 기술을 도입하는데 열성적이어야 할 것입니다. 친절교육만 할 것이 아니라 연구하는 풍토를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모든 산업과 문화가 서울 중심으로 발전해 왔으며 의료수준도 예외가 아닙니다. 그러나 지방화시대를 맞아 지역의 종합병원이 다른 지역보다 우수한 의료수준으로 환자들의 신뢰를 받을 수 있다면 지역발전에도 한 몫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기왕에 새로 짓는 병원이 의료수준으로 승부하는 병원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간절히 빌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