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대학이 아깝다.

경북대학교와 상주대학교가 통합을 놓고 막바지 진통을 겪고 있습니다. 양 측은 기본적인 통합안에 합의하고 투표를 앞두고 있는데 동창회와 직원 학생 등이 투표권을 요구하고 나서 마지막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이 문제는 국립대학의 구조조정이라는 관점과 지역적 가치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습니다.
저는 이 문제를 지역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싶습니다.
상주대학교는 1921년 ‘상주공립농잠학교’로 문을 연 이래, 지난 80년 동안 농업 근대화의 첨병으로서 제 구실을 다해 왔으며 1977년 국립으로 이관된 이후에도 명실상부한 이 지역 중견 농업기술인을 양성하였습니다. 1991년에는 다시 산업대학으로 승격되고 지난 99년부터는 현재의 상주대학교로 교명이 변경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번 통합이 성사되면 사실상 상주대학은 80년 역사를 접고 영원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됩니다. 말이 통합이지 사실은 경북대학교로 흡수되는 것이며, 신입생 모집에서부터 모든 체제가 경북대 체제로 단일화되는 것입니다.
경북대 상주캠퍼스가 될 상주대학에는 외국어 및 한국어 교육센터를 건립하고 기존 이공계열은 취업교육 중심의 과학기술대학으로 육성한다는 것이 통합 이후의 기본계획입니다.
대학정책의 실패로 우선 국립대 50개를 35개로 줄이는 구조조정을 단행하겠다는 교육부의 발상은 마치 응급환자를 맞은 응급실처럼 임시처방을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 문제가 구체적으로 실행단계에 오면 응급실이 아니라 수술실로 옮겨가게 됩니다. 의사는 산모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아이를 포기하라고 강요합니다.
대학을 살리기 위해 지역은 버려지는 꼴이 되는 것입니다.
상주대학은 우리 경북북부지역의 소중한 교육적 자산이며 정신문화의 가치입니다. 80년 전통이 거저 얻어진 것이 아니며 그 역할이 작았던 것도 아닙니다. 두 대학이 통합되면 상주대학의 규모는 반 이하로 줄어들게 되며 그만큼 지역 경제에도 손해가 되는 것입니다. 이제 남은 학생들마저 대구로 뺏기게 됩니다. 지역은 늘 이런 식으로 개털이 되는 것이지요.
한 쪽에서 이런 급박한 수술이 진행되는 동안 교육부는 엉뚱하게도 바로 인근 지역인 안동에 4년제 대학 설립을 인가해주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을 연출하고 나섰습니다. 국립 안동대학교가 미달 사태에 접어든 시점에서 바로 코 앞에 건동대를 인가한다는 것은 교육행정의 자질을 의심스럽게 하기에 충분한 것입니다.
지난 십 수년 동안 교육 당국은 1개면 1개교 원칙에 따라 무수한 초등학교를 폐교시키고 아이들을 도회지로 내몰았습니다. 이것이 농촌 문화와 경제 파괴의 첫 발이었다면 이제 다시 지방대학의 통합을 통해 두 번 세 번째의 폭탄을 투하하고 있는 것입니다.
대학을 교육기관으로만 보는 우를 범해서는 안됩니다. 학교와 지역의 가치를 등가로 놓고 함께 배려하는 자세가 있어야 합니다.
 저는 상주대학이 이렇게 사라져버리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역 특성과 대학의 역사를 살려서 회생하는 길이 없는지,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 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