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 이전 논의에서 배우자

정부의 공공기관 지방 이전 방침에 따라 각 시도별 이전 대상 기관이 선정되자 기초 지자체별로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경상북도는 도로공사, 국립 수의과학검역원, 한국전력기술 등 13개 기관이 이전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먼저 상주시가 도로공사 유치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가운데 안동시는 지난 7월 12일 열린 시의회에서 공공기관 유치에 따른 결의안을 채택하고 경상북도 등 관계요로에 촉구하는 결의안과 각종 안건을 의결했습니다. 안동시의회는 한마디로 한국전력기술주식회사의 유치를 타겟으로 삼아 유치경쟁에 뛰어든 것입니다.
이번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은 혁신 도시 건설을 주장하는 광역 지자체와 조금이라도 더 큰 기관을 유치하려는 기초 지자체 간의 갈등이 심화될 것으로 보이며 따라서 이전지역을 최종 선정하거나 혁신도시 입지를 선정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경상북도는 이미 경북으로 오는 13개 공공기관들이 지난 12일 오후 한국도로공사 본사에서 실무 책임자 회의를 갖고 이전 기관 협의체를 구성했습니다. 협의체 구성에 따라, 이의근 지사가 13일부터 도로공사와 한국전력기술을 방문하는 등 협의체를 상대로 한 혁신도시 건설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이에 기초 지자체는 서로 각 지자체의 입지상의 유리한 여건과 그동안의 소외 등을 이유로 내걸고 떡고물이 많이 떨어지는 기관 유치를 위해 각개전투를 시작했습니다. 물론 준광역 지자체 단위로 구성된 권역발전협의회 등이 공동전선을 형성하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각 기초 지자체 간의 이견을 좁히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우리는 여기서 한가지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십수년 넘는 세월동안 도민들을 괴롭히고, 구멍 뚫린 독에 물 붓기처럼 엄청난 행정력과 시민들의 힘을 낭비해 온 도청 이전 논의입니다.
정부에 속해있는 공공 기관은 고사하고 바로 코 앞에 있는 도청도 가져오지 못한 부끄러운 전력이 우리에게는 있습니다. 제 집을 남의 땅에 지어놓고도 제 사람들이 남의 식구를 먹여살리는 데도 서로 유치하겠다고 허송세월만 한 경북도청을 비롯하여 경북도교육청 교육위원회 등등 대구에 있는 경상북도 기관이 어디 한 두개 입니까? 
제가 이렇게 시작하지도 않은 공공기관 이전 논의에 쓴소리를 하고 나서는 것은, 편협한 지역 이기주의가 또다시 못 먹는 떡에 재나 뿌리자는 식으로 끝나버릴 공산이 크기 때문입니다.
행정구역 개편 논의가 수차례 있어왔고, 막상 도청을 이전해도 행정구역 개편이 이루어지면 두 번 일을 하는 것이 되긴 하지만, 이번 공공기관 이전이 또다시 이런 식으로 십수년을 끌다가 제 풀에 지쳐 전력만 낭비한 채 끝나 버린다면 우리는 참 어리석은 도민이 될 것입니다.
지역은 두말할 나위도 없이 낙후되어 있습니다. 국토는 당연히 균형개발되어야 합니다. 소탐대실하지 마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