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소비운동을 하자

언제부턴가 사람들은 삶의 문제를 경제적 수치로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명예퇴직 실직 등 생존의 문제에서부터 연봉, 매출, 불황 등등 경제적 지표가 삶을 평가하는 척도가 되었습니다. “어떻게 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다”라고 이야기하지 “어떻게 하는 것이 훨씬 인간적이다. 혹은 문화적이다”라고 이야기하지는 않습니다. 
삶은 그만큼 각박해졌고, 먹고 사는 문제, 혹은 더 부자가 되기 위한 준비를 위해서 소비구조가 짜여집니다. 아이들 학원비가 최우선 지출항목인 것은 당연합니다. 
이제 문화는 팔찌나 귀걸이처럼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인 장신구가 되고 말았습니다.
서점에서는 책이 안팔린다고 난리입니다. 레코드 가게가 문을 닫고, 연극 지방공연은 아예 시도되지가 않습니다. 영화도 흥행작 한 두편에만 사람들이 몰리고 작품성 있는 영화는 개봉도 못해보고 사라지는 영화가 부지기수입니다.
여러분.
여러분은 한 달에 문화소비에 얼마를 지출하십니까? 최근 한 달 안에 가족들과 영화를 보거나 함께 서점에 들러 책을 골라보신 적이 있습니까? 혹시 문화소비를 하시더라도 싼 것만 찾아서 불법 복제를 하신 경험은 없습니까?
최근 한류열풍을 타고 우리나라가 마치 문화적으로 엄청 선진적인 것처럼 보여지고 있지만 사실 우리 문화는 지금 죽어가고 있습니다.
대중들의 인기에 영합한 일정한 트랜드만이 성공하고 문화적 다양성이나 질적인 발전은 엄두도 못내고 있는 실정입니다. 최근 한국영화가 보여주는 우려스러운 모습처럼 이렇게 얕은 문화적 대중성은 금방 바닥을 드러내고 한계에 부딪히게 됩니다.
저는 여러분께 문화소비운동을 제안합니다.
더운 여름날 집에서 짜증만 낼 것이 아니라 아이들과 함께 영화관이나 디비디방을 찾아가 수준 높은 영화 한 편을 보는 것에서부터, 방학을 이용해 아이들과 함께 서울이나 대도시의 미술관을 찾아가는 일까지, 문화는 우리가 소비할 때 비로소 쑥쑥 자라나게 됩니다.
4인 가족을 기준으로 물론 수입에 따라 다르겠지만 한 달에 5만원 정도의 문화소비 예산을 세운다면, 우리는 그 문화소비를 통해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는 소득을 올리게 될 것입니다. 장바구니 속에 시집 한 권 쯤 넣고 다니는 센스, 아이들과 최신 영화에 대해 이야기할 줄 아는 아버지, 지금 안동 시 어디에서 무슨 행사가 열리고 어떤 공연이 있는지 꼼꼼하게 챙겨보신다면 우리의 삶은 월급 10만원 오르는 것보다 훨씬 기분 좋고 행복해질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국민들의 문화적 수준이 향상되지 않는 상황에서 무리 문화가 세계적인 주목을 받으며 수출되고, 인기를 끈다고 해서 그 인기는 오래 지속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 국민들의 문화소비를 통해, 일본처럼 출판문화를 살찌우고, 영화도 연극도 튼튼한 내수시장을 가질 때 우리는 비로소 문화적 자긍심과 함께 문화 선진국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 문화소비운동을 시작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