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와 열대야를 오가며 세를 과시하던 여름도 이제 말복을 앞두고 마지막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조금씩 바람에 찬기운이 묻어오면 우리는 화려한 휴가를 끝내고 선글라스를 벗고 각자의 일터로 돌아가야 합니다.
여러분, 휴가들은 즐거우셨습니까?
그런데 인간들이 더위를 잊고 쉬다가 가면, 그때부터 자연은 지독한 몸살을 시작한다고 합니다.
계곡이며 하천에는 샴푸와 세재 거품이 떠다니고 돌더미마다 휴지가 깔려있습니다. 아무데나 용변을 보고, 아무데나 플라스틱 캔 가리지 않고 버리고 묻고 태우고, 사람들이 쉬는 사이, 자연은 온갖 배설물을 다 받아안고 난감해하고 있습니다.
마치 마지막 휴가라는 듯이 사람들은 그렇게 용감할 수가 없습니다. 저렇게 자신 만만한 걸 보면 무슨 획기적인 대책이 있는 듯이 보이는데,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대책이 없습니다. 
저는 이번 여름에 영덕 옥계계곡에서 하룻밤을 자고 다음날 주왕산으로 넘어온 적이 있습니다. 옥계계곡은 긴 계곡 어디에고 사람들이 넘쳐났고 다음날 쓰레기차가 몇 번씩 왕복을 하면서 오전 내내 쓰레기를 실어내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주왕산은 안식년이라 계곡에 들어가는 행위, 취사, 수영 등을 일체 금하고 있었습니다. 계곡물은 투명하다 못해 옥빛으로 반짝이고 어디에고 물고기들이 떼를 지어 노닐고 있었습니다. 너무나 대조적인 두 모습을 보면서 저는 인간이 자연에게 어떤 존재일까를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세상의 주인이 인간이라고 우긴다면 할 말은 없지만, 인간이 하루하루 망쳐가는 자연은 주왕산처럼 울타리를 치고 50만원의 벌금을 물리면서 인간의 접근을 막아야 안전할 만큼,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인간은 자연에게 파괴자가 되어 있는 것입니다.
여러분, 내녀에도 여름이 오고 또 수박통이라도 싸 들고 휴가를 가셔야죠?
그런데 올 해 다 망쳐버리고 내년에는 계곡이며 산이며 모조리 몸살이 나서 그 섶을 내주지 않는다면 우리는 어디에서 피서를 할 수 있을까요?
먹을거리로 잔뜩 무거웠던 가방은 피서지를 나올 때면 주워 모은 쓰레기로 더더욱 무거워져야 합니다. 하루쯤 자연인이 되어 샴푸나 비누를 쓰지 않아도 자연 속에서 인간은 깨끗하고 아름답습니다.   
행정 당국에서도 후가철이 끝나면 관광지 수입의 상당부분을 쓰레기를 치우고 자연을 복원하는데 사용해야 할 것입니다. 공공근로를 동원해서라도 쓰레기를 치우고, 자연의 원형을 복원하는 지혜로운 행정을 기대해 봅니다.
인간이 자연을 배설의 대상으로 생각하고 돌보지 않는다면, 자연은 머지않은 미래에 인간 전체를 대상으로 무서운 복수를 시작할 수도 있습니다.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삶의 태도를 배우고 자연과 대등한 입장에서 친구가 되는 일은 아직은 우리 인간에게 낯 선 풍경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자연은 이미 많이 망가지고 많이 아프고 많이 당했습니다. 인간은 늘 자연을 망치면서 진정으로 반성하거나 태도를 바꾸려하지 않습니다. 
인류에게 있어서 이제 더 이상 자연은 무한정의 자원이 아닙니다. 보존하고 재발견하고 재활용해야 할 유한한 자산일 뿐입니다.
휴가를 정리하면서, 자연과 친구가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