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결혼 못하는 농촌 총각이 늘어나면서 동남아를 중심으로 국제결혼이 성행하기 시작했습니다. 농촌 총각의 국제 결혼은 최근 5년 사이 크게 늘어나 최근 경상북도의 조사에 따르면 경상북도에 거주하는 외국인 주부가 1544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들은 주로 중국 베트남 필리핀 일본 등 동남아시아 지역 신부들로 이 4개국이 전체의 93.6%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농사일이 힘들고 농촌이 상대적으로 가난하고 문화적으로 소외되다 보니 우리나라 여성들은 어떻게든 도시로 시집을 가길 원하고, 농촌에 남아 농사를 짓던 총각들은 나이 4~50을 넘기기가 일쑤였습니다. 이것은 오늘날 우리 농촌의 실상을 가장 역설적으로 웅변해주는 사회현상으로, 궁여지책으로 외국에서 신부를 데려오기 시작했는데 이제는 아예 지방 정부가 나서서 국제결혼을 주선하는 정도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예천군은 지난 6월 군 관내 총각 16명과 베트남 처녀의 맞선과 합동결혼식을 주선했고 이러한 지방 정부의 농촌총각 장가보내기는 줄어드는 농촌인구에 대한 정주대책과 맞물려 급속도로 각 지자체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해마다 인구가 줄어들어 행정구역을 유지하기 조차 힘들어지는 농촌 지역 시군으로서는 이렇게 해서라도 사람들을 농촌에 묶어두고 농촌이 살 길을 찾아가는 것이 당연한 대응일 것입니다.
그러나 국제결혼이 점차 늘어나고 2세들이 태어날 즈음이 되고보니 새로 생겨나는 문제도 여간 골치 아픈 게 아닙니다.
우선 발생하는 문제는 국내에서 신부감을 구하지 못하는 농촌 40대 총각의 대부분이 경제적으로 빈곤층에 해당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빈곤은 결혼 이후 농촌 정착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며 이농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것입니다.
또 하나 국제결혼의 큰 문제는 그들 사이에서 태어나는 2세들과 관련된 문제입니다.
이른바 코시안이라고 불리는 이들 자녀들은 경상북도에서만 이미 1500명을  넘어섰으며 최근 늘어난 국제결혼에 따라 곧 수천명에 이를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 사회는 단일민족의 신화 속에서 살아 온 민족입니다. 일찍이 경험하지 못했던 다민족적 사회구성이 뒤늦게 농촌 총각 문제로부터 기형적으로 시작되면서 파생되는 인종차별과 혼혈아에 대한 우리 사회의 뿌리깊은 편견은 새로운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코시안들은 이러한 소수자로서의 차별에 노출됨과 동시에 어머니가 한국말을 잘 못하는 상태에서 성장하기 때문에 발달성 언어장애, 정서장애 등의 이중적 고통을 겪고 있기도 합니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지방 정부는 이들의 정착을 위해 예산을 수립하고 지원에 나섰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 지원이라는 것이 기초적인 한글교육과 음식, 예절 교육 정도에 그치고 있어 아쉬움이 큽니다. 특히 코시안의 교육 문제에 대한 지방정부의 대책과 지원은 향후 우리 사회의 조화와 상생을 위한 장기적이고 주도면밀한 계획 위에서 이루어져야 할 아주 중요한 문제입니다. 당장 눈 앞의 농촌 총각 문제를 해결하려다가 아주 오래고 근본적인 사회문제를 야기하고 마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는 1세대에 대한 지원보다 이들 자녀들에 대한 교육적 지원과 차별 방지책에 대한 부단한 관심과 노력이 있어야 하겠습니다. 또한 우리 사회가 도시에서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40만명에 육박하고 농촌에서는 이처럼 혼혈아들이 태어나는 시점에서 다민족적 정체성에 대한 접근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도록 시민사회의 각별한 관심도 필요할 것입니다. 장가만 보내면 끝난다고 생각했을 지 모르지만 이제 우리나라 사람이 되고 우리와 이웃이 된 그들을 위해 먼저 우리가 마음을 열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