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논술 선생이다. 그것은 내 밥벌이 이기도 하지만 일상을 견디는 힘을 준다. 요즈음 애들은..... 온갖 흉악한 소문들이 난무해도 내가 만나는 아이들로 인해 그 말에 현혹되지 않을 수 있다. 저마다 얼마나 이쁜 모습을 하고 태어나 자라고 있는 지, 날마다 깨닫게 해주는 그 아이들이 있어 참 좋다.

오늘 나는 6학년 아이들과 자유에 대해 토론하고 글을 쓰게 되었다. 자유가 뭔데 물었더니 '자기 마음대로 하는 거요' 한다. 옆에 앉은 아이 등을 한 대 때렸더니 '왜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묻기에 '내 자유다!' 했더니 네 명의 아이들은 서로를 쳐다보고 씨익 웃는다. 다른 사람한데 피해를 주지 않고 자신이 한 행동에 책임을 질 때만 사람은 진정으로 자유로워진다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한 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고 아이들은 책임을 지는 자유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이렇게 고운 아이들에게 우리는 무엇을 주어야 하나,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논술 선생으로 아이들에게 주고 싶은 것이 딱 두 가지 있다. 글을 말쑥하게 잘 쓰는 방법이 아니다. 물론 상을 많이 받게 하는 것도 아니다. 그 하나는 자기가 아닌 다른 사람, 사물, 자연, 역사 따위에 관심을 가지게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기 삶에 철학을 가지게 하는 것이다. 물론 그것은 지리한 작업이고, 확신을 가지기도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그것이 없이 어떤 글쓰기도 가능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쓴다고 해도 공허한 말장난이란 것을 알기에 나는 다만 넉넉한 마음으로 아이들을 바라본다. 그들의 말을 마음으로 들어주고 내가 그 나이에 생각한 것이 무엇인지 기억해 내려고 애쓸 뿐이다. 가끔 엄마들이 말한다. 도대체 아이들한테 뭘 했기에 논술은 가지 말라고 해도 기를 쓰고 간다고 하냐고. 그 말에 나는 또 주책없이 주섬주섬 행복해진다.

방학이다. 나는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을 대신해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이번 방학 동안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보는 연습을 하자는 것이다. 제일 먼저 아이들 스스로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터놓고 이야기할 기회를 주고 아이가 정말 가기 싫어하는 학원은 쉬게 해 주면 좋겠다. 물론 그 자리에서 어떤 강압도 유도도 하지 말아야 하고, 또 하나 그 대화로 인한 어떤 보복조치(?)도 있어서는 안 된다. 자기가 선택한 일을 지키지 않는다고 성급하게 햇빛정책을 중단하지도 않아야 한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데는 시간이 필요하고, 우리도 실수와 좌절을 겪으면서 지금의 모습으로 자랐다는 것을 인정하자는 것이다. 그렇게 넉넉해지는 연습을 하다보면 아이들은 우리를 믿게 될 것이고, 우리도 아이들이 완전히 독립된 존재라는 새로운 면을 보게 될 것이다.

우리 아이들은 화초가 아니다. 그네들은 정말 싱싱한 나무다. 비가 오면 그것을 빨아들이고 햇살이 비추면 한껏 쉼 호흡을 하고, 바람이 불면 그 바람으로 몸에 붙은 먼지들을 털어 낼 줄 아는, 그냥 서 있는 듯 보이지만 산소를 뱉어내는 나무처럼 세상을 살맛나게 하는 존재들이다. 우리가 해야하는 일은 그들이 나무라는 사실을 알게 도와주고, 우리 스스로 크고 울창한 숲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