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며칠 전 태어나 처음으로 선글라스를 맞췄다. 그리고 7월말이면 비록 기계에 앉아서이긴 하지만 하늘을 나는 신나는 경험을 했을 것이고, 대한민국이 아닌 땅에 발 딛고 있을 것이다. 어제 밤 나는 찾아 온 선글라스를 끼고 옷을 바꿔 입어 가면서 일기를 쓰는 딸아이들한테 '엄마 어때!'를 무진장하게 물었다. 이쁘다고 꼬박꼬박 대답을 해주더니 큰아이가 "오늘 일기 새로 써야겠다. 제목은 엄마의 패션쇼라고" 한다. 아이고 주책이지하고 그만두어야 했는지 모르지만 나는 한참동안 그 일을 아주 진지하게 계속했다. 

이번 휴가 때는 동학들과 중국(장안과 북경)으로 답사를 간다. 비행기를 타보는 것도, 삼박 사 일 이상 여행을 계획한 것도 처음이다. 내 행복한 여행을 위해 생질녀를, 외손녀를 열흘 넘게 봐야 하는 새언니와 친정엄마에 대한 미안함도 들뜬 마음을 잠재우지 못한다. '엄마 혼자 가나 치사하게...' 압력을 넣는 딸아이의 투정도 행복한 웃음으로 받아 줄 수 있다. 설렘, 여행이 주는 첫 번째 선물을 만끽하면서 말이다.

휴가철이다. 많은 사람들이 여행 계획을 세웠을 것이다. 마음을 주저앉히고 좋은 여행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나 생각해 본다. 나는 대학원에 다니면서 동학들과 함께 삼 개월에 한 번, 1박 2일의 답사를 갔다. 그것은 학기초에 철저히 계획된 것들이고 모두가 한 마음으로 준비를 한다. 답사지를 만들고, 미리 답사할 곳을 돌아보고, 숙소를 정하고, 세미나를 준비하고 그야말로 만만찮은 작업들을 해야했다. 처음 그 일을 할 때 힘이 들어 투덜대기도 했지만 준비된 여행이 주는 즐거움은 어떤 것에도 비길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여행을 가기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은 옷가지만이 아니다. 가고자 하는 곳에 대해 알아야 한다. 여행계획을 세운 분들은 일행과 머리를 맞대고 인터넷을 다니면서 자료를 모으는 것도 좋은 일이다. 아이들과 손을 잡고 서점에 가 책을 고르는 것도 여행이 주는 행복을 늘리는 확실한 방법이 될 것이다. 이번 휴가는 모두가 자신들이 만든 여행자료와 지도를 가지고 떠나게 되기를 바란다. 

지도교수님이 보내 주신 작가 하루키의 〈여행법〉에 나오는 말들을 소개하는 것으로 이 글을 마치고자 한다. 모두의 행복한 여행을 빌면서...... 

'지도를 펴놓고 자기가 아직 가 본 적 없는 곳을 물끄러미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마녀의 노래를 듣고 있을 때처럼 마음이 자꾸만 끌려간다. 가슴이 두근두근 뛰는 것이 느껴진다. 아드레날린이 굶주린 들개처럼 혈관 속을 뛰어 다니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문득 떠나고 싶다 는 강한 유혹을 느낀다. 일단 그곳에 가면 인생을 마구 뒤흔들어 놓을 중대한 일과 마주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나는 여행을 다니면서 카메라 같은 것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현장에서는 글쓰기를 잊어버린다. 그저 그때그때 눈앞의 모든 풍경에 나 자신을 완전히 몰입시키려 한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내 귀에, 내 피부에 스며들게 한다. 나 자신이 그 자리에서 녹음기가 되고 사진기가 된다. 내 온몸으로 받아 온 것이라야 나중에 글을 쓸 때도 살아 있는 글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