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한 가장 긴 여행에서 돌아왔다. 하늘을 나는 일은 생각만큼 스릴 있지는 않았다. 구름 위를 떠간다고 의식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면 도저히 믿기지 않을 만큼 고요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경비행기니, 헹글라이드니, 낙하산이니 하는 것들을 하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곧 서안공항에 착륙하겠다는 메시지를 들었다. 창 밖을 바라보는데 '바둑판 같은 들판' 어디서 많이 들어 본 문구가 머리를 스쳐갔다. 딱 그렇게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 산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끝도 없이 평야가 이어져 있었다. '과연 넓구나!' 중국에 대한 첫 느낌은 그랬다.

서안에서 5박 6일을 보냈다. 서안은 주(周)나라 무왕(武王)이 세운 호경(鎬京)에서 시작해, 그 뒤 한(漢)나라에서 당(唐)나라에 이르기까지 약 1,000여 년 동안이나 국도(國都)였고 그 동안 장안(長安)이라는 이름으로 불려왔던 곳이다. 그리고 당현종과 양귀비의 사랑으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섬서성 전체가 거대한 역사 박물관이었다. 서안비림박물관, 서안 성벽, 천복사, 소안탑, 종루, 진시황제릉, 진시황병마용갱 박물관, 화청지, 대안탑, 건릉, 화산, 법문사 서로를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종종거리며 우리가 다녔던 곳들이다.

진시황병마용갱은 진시황이 죽은 뒤에도 진나라를 지키고자하는 의도에서 만들어 졌다고 하는데 키 174에서 178cm의 토용들이 지하갱에 줄지어 서있었다. 얼굴이 똑같이 생긴 것도 없었고, 손금도 다 다르게 만들어졌다하고, 갑옷의 문양 하나까지 너무나 정교했다. 그러나 3분의 1정도만 발굴되어 있어 왜냐고 물었더니 '원래 채색이 되어 있었는데 발굴하고 한 시간이 지나자 색깔이 다 날아가서, 채색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될 때까지 발굴을 중지한 것'이라고 했다. 우리 나라였다면 어땠을까 생각하다가 그들이 가진 역사적 인식이 슬그머니 부러워졌다. 그 충격 때문에 병마용갱을 잊을 수가 없다.

침대가 있는 열차를 타고 14시간을 달려 북경에 닿은 우리는 일행을 잃어버려 애타게 찾아 헤매야 했고, 마중 나온 사람들과도 연락이 어긋나 그야말로 배도 고프고, 아는 곳은 없고, 아주 불쌍한 신세로 몇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래도 우리는 다 함께 모여 정해진 숙소에 여장을 풀었고 북경 관광에 나섰다. 뉴스에서 종종 보았던 천안문 광장에서 사진을 찍었고, 자금성과 이화원, 옹화궁, 국자감, 유리창 등지를 쏘다녔다.

중국. 
궁전도, 무덤도, 산도, 들판도 모든 것이 너무나 커서 보다보다 짜증이 나기도 했고, 또 하나 기억에 남는 것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자존심 아니 자만심이라고 해야할까 , 어쨌든 노래를 부르고 돈을 받는 아이들조차도 귀찮아서 돈을 주면 고개를 흔들던 모습이다. 그냥은 안 받겠다고. 그러면서 끈질기게 곡목을 선택할 때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아이들까지 돈을 벌러 내 보냈다고 가슴아파하는 동료들에게 나는 '무섭다'고 했다. 우리의 측은지심이 그들이 가진 실리를 뛰어넘을 수 있을까? 어쨌든 북경에서 마지막 밤. 내가 생각한 것은 그들이 우리와 공존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또한 국경을 철폐할 수 없다면 우리는 자존심을 가져야 하고, 우리 아이들에게도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었다. 우리들의 역사를 똑바로 바라보면서.....

비가 오는 인천 공항은 너무도 아름다웠다. 나지막이 보이는 산이며, 녹음이 어찌나 싱그러웠던지. 그들에게 "크다'라는 이미지가 있다면 우리에겐 정교하고 아기자기한 아름다움이 있다. 열흘 간 비워 두었던 집에 들어와 베란다 창문을 열면서 생각했다. '여행이 주는 마지막 선물은 내 일상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가를 깨닫게 되는 것이구나!' 여행이란 돌아올 곳이 있을 때만 행복한 것이다. 내 일상에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