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순이 미선이를 살려내라
억울하게 죽어 간 우리의 딸들... 효순아, 미선아. 너희들의 죽음을 절대로 잊지 않으마.....
『미군장갑차 여중생 고 신효순,심미선 살인사건 범국민대책위 』(이하 대책위) 홈페이지 머리에 아이들의 사진과 함께 있는 글이다. 나는 오늘에야 살인 미군 처벌을 위한 서명운동에 참여했다. 

6월 13, 두 아이가 죽었다. 그리고 두 달이 넘는 시간동안 대책위가 구성되고, 전국 곳곳에서 서명운동과 각종 집회가 열렸으며, 안동에서도 지난 19일 저녁 8시 미군 장갑차 희생 여중생 추모 및 형사재판 관할권 이양을 촉구하는 시국 미사가 있었다. 언제부터 생활에 밀려 분노하는 것을 늦췄는지 나 자신이 이해되지 않는 날이다. 

지나간 신문을 뒤져 읽다가 또 기막힌 사실을 알았다. 정부는 7월 27일 국무회의에서 내달 이임하는 자니니 미8군 사령관에게 보국훈장을 수여하기로 의결했는데 한미 양국간 우호증진 및 군사협력 강화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래 그들에게는 국민들의 분노 따윈 아무 것도 아니다. 언제나 있었던 일이고, 조금만 지나면 다들 잊어버리리라 확신하고 있을테니. 그러나 우리는 아직 기억하고 있다. 케네스 이병의 윤금이씨 살해사건 (1992. 10. 28),존 병장의 김미순씨 성폭행 사건 (1993. 5. 29), 뮤니크 이병의 이기순씨 살해사건 (1996. 9. 7), 이태원 클럽 여종업원 살해사건 (2000. 2. 19)..... 일일이 다 나열할 수도 없는 그들의 죄상을 절대로 잊을 수 없다.

1948년 "과도기에 시행될 잠정적 군사 안녕에 관한 행정협정"을 맺은 이래, 무려 53년 만인 2001년 체결된 SOFA(한미주둔군지위협정) 2차 개정 협상 타결 당시 한국 측 협상 대표였던 외교통상부 송민순 북미국장은 개정내용에 상당한 만족감을 나타냈고 기소시 신병인도 조항이 만들어 졌다고 자신만만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러나 개정 후 지금까지 범죄 미군을 기소한 사례는 단 한 건밖에 없다. '12개 중대범죄에 한해, 그것도 '구금의 상당한 필요와 이유가 있는 때'라는 단서가 붙어있기 때문이다. 정말 저거 멋대로다.

그러나 이 땅에 들어와 50년이 넘는 시간동안 세금 한 푼 내지 않고 일인당 98평의 땅을 사용하고, 아무런 죄의식 없이 사람을 죽이고도 재판조차 받지 않은 미국놈들만 욕해서 될 일이 아니다. '이번 여중생 사건의 원만한 해결을 위한 한미당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각종 근거 없는 의혹과 유언비어가 나돌고, 이번 사건과는 직접 관련이 없는 주한미군 철수, 미군기지 폐쇄 등의 주장이 제기되고 있어 한미 동맹관계를 왜곡시킬 우려가 있다'는 성명서를 발표해 범죄 사실 감춰주기에 급급한 국방부가 바뀌지 않는 한. 어쨌든 알랑거려야 정권을 잡을 수 있다는 일념으로 미국 행 비행기에 오르는 사람들이 사라지지 않는 한. 내 이웃이 우리 아이들이 죽어 가도 내 일이 아니어서 관심가지지 않는 사람들이 남아 있는 한 아무 것도 변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언제나 있었던 위험이었습니다. 알았으면서 막지 못했으니 전부 우리들의 잘못입니다. 아이들의 죽음을 잊지 말고, 미군이 이 땅에서 사라질 때까지 투쟁합시다.' 방명록에 글을 쓰면서 자기 국민을 죽인 외국인을 자신의 법정에 세울 수 없는 나라에 살고 있는 내가 부끄러워 견딜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