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안동초등학교 지하 주차장 찬반 토론에 토론자로 나간 이후로 주위분들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구시장에서 가게를 하시는 분은 그래도 이 불경기에 주차장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겠냐는 심정적인 이야기도 하셨고, 학교 선생님 한 분은 안동시가 학교를 너무 우습게 본다며 개탄의 말씀도 하셨다.
 학교 운동장까지 파야할 만큼 우리 시의 주차문제는 심각한가? 그렇다면 학교운동장을 파지 않고 다른 방법은 없는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요즘 나는 자주 걸어서 다닌다.
 안막동 내가 사는 아파트에서 시내까지 걸어서 가면 15분 정도가 걸린다. 짐이 많지 않으면 가방 하나로 챙겨서 걸어다니다 보면 이런 저런 생각도 하고 아는 사람을 만나서 인사를 하기도 한다. 휴일날 시내외출이나 퇴근 후 외출은 걸어서 하는 편이다. 좋은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주차비가 아까워서 어디 불법주차할 자리가 없나 찾아다니기도 하고 주차비로 실갱이를 하기도 하는데 그러지 않아서 좋다. 혹 술자리가 있어도 음주운전 걱정할 일이 없다. 요즘 사람들은 런닝머신 뛸려고 차를 타고 헬스장에 가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간다는데 기본적인 운동도 되고, 사색의 시간도 갖는다. 혹 귀가길에 택시를 타게 되더라도 주차비 이상 들지 않는다.
 그래서 내가 내놓은 대안이 주차장을 만들지 말고 모두들 걸어서 다니자는 건 물론 아니다.
 사실은 이 문제에 대해서 더 이상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학교를 경시하고 학생들의 인권과 학습권을 아무렇게나 생각하는 시당국이 한심하고 화가나서 더 이상 거론하고 싶지가 않은 것이다.
 그런데 시에서는 '선진지 견학'을 간다고 한다. 다른 지역에도 학교 운동장을 판 사례가 있고 그것이 소위 '선진지'라는 것인데 아전인수도 이만하면 참 가관이다. 다른 곳에서 그렇게 생각하면 우리도 그렇게 생각해도 된다는 발상은 어디에서 시작된 것인가? 설령 다른 지자체가 그런 무식하고 위험한 발상을 하고 있다손 치더라도 돈벌이에만 생각이 있는 용역업체가 내놓은 '초등학교 운동장을 파자는 안'을 똑같은 차원에서 생각하고 입안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되는 것 아닌가?
 적어도 학생 덕에 먹고사는 안동시라면 말이다.
 이런 각도 말고 나는 교통문제 하나만 따로 생각하더라도 도심지 주차장에 반대한다.
 거기가 학교가 아니라 공터라고 하더라도 거기에 주차장을 만드는 것은 옳지 않다.
 지역경제를 생각하더라도 도심 교통은 분산되어야 하고 도심에는 차량 출입을 제한하는 정책으로 가야한다. 그런데 거기에 대형 주차장을 만들어서 차량 진입을 유도한다는 것은 아주 근시안적인 정책이다. 그럴거면 뭐하러 옥동지구에 그렇게 상권을 형성시켰는가?
 주차장을 만들면 뭐하나? 조흥은행 골목의 주고객인 학생들은 해마다 줄어드는데! 
시 당국이 많은 돈을 들여 구시장 활성화를 시키고자 하는 것은 지역 경기를 진작시키고자 하는 노력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나도 딱하지만 시 당국도 참 딱하다.
 먹거리 골목을 만든다고 돈을 들여 보도블럭을 최고로 깔고 솟을대문을 만들고 깃발을 걸었지만 먹거리 골목이 명소가 되었는가? 그럼 또 왜 집중되어도 안될 상권을 여기저기로 쪼개서 문을 닫는 가게가 속출하게 만들었는가? 나도 전문가가 아니지만 시 당국도 참 전문적이지 못하다. 그래서 딱하다는 것이다.
 시청을 왜 외곽으로 빼지 않고 거기다가 지었는지, 구시청 부지는 왜 그랬는지 이런 이야기도 더 이상 하고 싶지가 않다. 강변부지를 도심 주차난 해소용으로 쓰겠다는 애초의 계획은 왜 실효를 거두지 못했는지도 묻고싶지 않다. 현판 하나를 위해 안동웅부 관아를 지어야 하는 지도, 건축법상 어쩔 수없이 만들어 놓는 건물 부설 주차장들이 왜 텅 비어있는지, 왜 단속하지 않는지도 묻고싶지 않다.
뭘 기대하겠는가? 목만 아프지....
 그래서 나는 아까 걷는 이야기를 했다.
 이제는 시민의식에 기대할 수밖에 없다.
 시내에 주차할 자리가 없을 때도 대부분 좀 외곽은 비어있다. 가령 사장둑 강변쪽에 차를 세우고 시내에 걸어 들어가면 대부분 5분거리다. 이 좁은 안동에서 우리는 너무 편할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보자. 조금 더 걸으면 될 것을 주차장 탓만 하는 것은 아닌지, 너무 차에 의존하는 것은 아닌지, 우리 시민들의 의식을 조금 바꿔서 우리가 다녔고 우리 아이들이 대대손손 다닐 학교환경을 살릴 방법은 없는지.
 시 당국이 주지 못하는 답을 시민의식에 묻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