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노동자와 함께 가자 

반만년 유구한 역사를 가진 단일민족. 우리 민족은 그렇다. 같은 얼굴에 같은 언어를 쓰고 같은 풍속 속에서 반만년을 살아온 보기 드문 단일민족이다. 이는 우리의 자랑이기도 하고 한계이기도 하다. 
교통통신의 발달과 사회주의 국가의 붕괴는 급속한 지구화 현상을 가져왔고 우리나라도 이 지구화에서 예외적인 지역일 수 없다. 수출입의 해외의존도나 우리나라 국민들의 해외 이주 정도 등을 보면 오히려 지구화의 한가운데 서 있다. 
80년대 후반부터 산업연수생이라는 이름으로 우리나라에도 외국인 노동자가 들어오기 시작했고 십 수년이 지난 지금은 합,불법 외국인이 96개국 40만 명에 이르고 있다. 어떤 학자는 이러한 실태를 분석하면서 우리나라가 단일민족 국가에서 다민족 국가로 전환되고 있다고 했다. 전체 인구의 1%에도 못미치지만 귀담아 들어야 할 주장이다. 
이들 노동자들은 대부분 우리보다 못사는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고 저임금과 높은 노동강도에 시달리며 인권을 유린당하고 있다. 언어소통이 안되서 8년간이나 정신병자로 병원에 갖혀 산 네팔인이 있는가하면 폭행과 욕설은 다반사고 변변한 치료를 못받아서 작은 병을 키워 죽은 사람도 있다. 산업연수생에게 주어지는 쥐꼬리만한 임금 때문에 스스로 불법체류자가 되어 도망다니며 가족을 이루지도 못하고 살아간다. 
문제는 앞으로도 외국인 노동자는 급속하게 늘어날 것이라는 데 있다. 우리나라는 어느새 OECD 가입국으로 세계 12위에 이르는 잘사는 나라가 되었고 힘든 일을 하지 않으려고 하고 있다. 그 힘든 일을 우리보다 가난한 나라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담당하고 있고 사회가 노령화되고 출산율이 현저하게 낮아지는 상황에서는 우리 사회가 외국인 노동자들을 필요로 할 수밖에 없다. 
외국인 노동자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우선 제도적으로 고용허가제를 통한 양성화가 시급한 실정이며 많은 시민사회단체들이 정부의 힘이 미치지 않는 부분에서 이들을 도와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시급한 것은 우리 국민들의 의식의 전환이다. 
우리나라도 한 때 힘없고 돈없는 나라의 백성으로 외국으로 많은 사람들이 이주했으며 그 사람들은 선진국의 국민들과 사회로부터 설움과 멸시를 당했다. 그것이 까마득한 옛날 일도 아닌데 어느사이 우리는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가 되어 있다. 시집살이 독하게 한 며느리가 시어머니가 된 격으로 우리는 다시 제3세계 노동자들을 박해하고 착취하고 인권을 유린하는 나쁜 시어머니가 되어 있는 것이다. 
단일민족이 우리의 자랑이자 한계라고 한 것은 이 때문이다. 단일민족은 잘못하면 파시즘과 인종편견주의의 폐해를 불러올 수 있다. 그것도 아주 이상한-우리보다 잘난 외국인에게는 한없이 너그러우면서 그렇지 못한 외국인에게는 억압적인-편견주의로 보편적 인권과 공동선을 해칠 우려를 안고있는 것이다. 
사회는 변화하고 있다. '국제적'이라는 용어는 어느새 '지구적(지구화)'라는 말로 대체되고 있고 자본의 이동과 인간의 이주는 이러한 지구화를 현실로 만들었다. 변화하는 사회에 적응하는 방법은 능동적이어야 한다. 민족적 편협성을 넘어서 '인간'의 보편적 가치를 인정하고 그들을 다같은 사람으로 인정하는 능동적인 지구화가 우리에게는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