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평준화 어떻게 풀어야 하나


최근 정세에 대한 우려

  교육인적자원부는 지난 6월 9일, 장관이 갖고 있는 고교평준화지역 지정권을 시도교육감에게 이양하는 방안에 대해 의견을 수렴한 뒤 7월께 법 개정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조치는 지방분권의 구색을 갖춰가겠다는 것이며 평준화 도입이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수구적인 교육단체와 교육관료 등이 조직화되고 있는 현 교육정세와 관련하여 우려되는 점 또한 없지 않다는 지적을 하고 싶다.
  현행 비평준화 지역의 평준화 전환뿐만 아니라 평준화 지역의 비평준화로의 전환까지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지역에 따라서는 큰 갈등을 불러일으키며 혼란을 불러올 것이다. 당장 경기도가 평준화정책의 재검토를 들고 나왔다.
  또한, 지금은 각 시도단위의 주민 여론에 따라 교육감이 평준화 여부를 결정하여 교육 당국에 건의하면 교육부 장관이 이를 승인하도록 하고 있다. 사실상 내용적으로는 해당 교육감이 결정하도록 하는 개정안과 별반 다른 게 없지만 전적으로 교육감에게 결정권을 줘버리면 해당 시도의 첨예한 이해관계 속에 있는 선출직 교육감으로서는 오히려 단호한 결정을 내리기가 어려운 지점이 생긴다. 
  정부가 좀 더 깊이 생각한다면 교육개방이라는 대세적인 흐름 속에서 공교육시스템을 확립하는 관건이 될 평준화문제는 오히려 대통령 공약에 근거해 중앙정부 차원에서 통제하고 확립해 가야할 제도인 것이다.

평준화운동의 현황

  현재 대도시를 제외하고 평준화를 도입한 중소도시는 경기도 수원. 성남. 안양, 충북 청주, 전북 전주, 경남 창원, 제주도 제주 등 5개도의 16개시다.
  최근 전남 여수, 순천, 목포지역이 평준화 운동을 전개해 2005년부터 평준화 실시를 예정하고 있는 상황이며 강원, 경북, 경남 등에서도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하는 평준화 추진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의 지역에서 우리 학부모회 지회가 중심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지역 여론을 성공적으로 모아나가고 있다.

보다 실제적인 운동의 필요성

  이번 정부의 지정권 이양발표는 평준화 정책뿐만 아니라 추진 운동에서도 새로운 요구를 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먼저 필자는 평준화운동이 해당 중소도시를 중심으로(예컨대 포항, 김해, 안동 등) 진행되고 있는 현상황을 극복하고 학부모회 지부사업으로 채택되고 교육감을 중심으로하는 행정구역에 맞추어 네트워크를 구성해야한다고 본다.  정부가 말하는 분권의 단위가 이 단위이고 앞으로의 교육자치의 틀 또한 16개 시도교육청을 중심으로 전개될 것이므로 시도단위의 통일된 싸움을 이끌어가야 할 필요가 있다. 평준화 운동은 한편으로는 교육주체들의 의견을 모아가는 과정이지만 한편으로는 교육감의 실질적인 결정권을 얻어내야 하는 싸움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한, 그동안 시민단체 중심으로 전개되었던 평준화 운동이 힘을 얻고 구체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학교 현장의 모순을 체득하고 있는 전교조가 중심 세력으로 나서야 한다. 전교조 경북지부의 경우 지난 지부장 선거에서 경상북도의 평준화 도임을 공약했지만 올 상반기가 다 지나도록 이렇다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공교육이 정상화되고 학교간 편차가 해소되어야 할 내재적 필요성이 전교조에는 있다. 전교조를 중심으로 지역 노동조합이나 농민회 등 기층민중 조직이 민중생존권 차원에서 이 문제를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도 이뤄내야 한다.
 또한, 그동안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는 식으로 학교간 편차가 심해지는 가운데도 미동도 하지 않았던 후선발학교들이 평준화운동에 나서야 한다. 안동시의 경우 공립 남녀 1개교가 1차 선발학교이고 나머지 학교들은 2, 3, 4, 5등으로 서열화되어 있다. 2등 3등은 그나마 유치할 재원이 있고 4등 5등은 자포자기 상태다. 가장 첨예하게 비평준화의 피해자이면서도 무슨 이유에선지 나몰라라 한다. 100% 사학인 이 학교들이 과연 사학 본연의 교육이념을 가지고 교육을 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이들 스스로 학생과 학부모들의 불신을 씻을 수 있는 자구적인 노력을 진행하면서 평준화 운동의 일선으로 나서야 한다.

현명한 판단과 대처 필요

 면밀한 분석을 통해 이번 평준화 지정권 이양이 자칫 지역사회의 혼란을 초래하고 편준화제도의 도입 확대는커녕 후퇴의 양상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면 정부의 입법화에 반대해야 할 것이다. 그게 아니라 평준화 운동의 전기로 승화시킬 수 있다는 판단이 선다면 학부모회 시도지부와 시민단체의 역량을 강화하고 지원해서 평준화 운동에 힘을 실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