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교육위원 선거, 기호 6번, 민덕기 후보(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안동지부 지부장) 선거본부 해단식에 갔다가 오는 길이다. 민덕기 후보는 네 아이의 아버지이고 그것을 무기(?)로 참교육의 선봉에 선 사람이다. 이 땅에서 학부모로 산다는 것이 주는 무게에 깔리지 않기 위해 '학부모의 힘으로 학교 현장을 바꾸자!'는 생각으로 뭉친 사람들, 오늘 우리는 아주 오랫동안 서로를 붙들고 그렇게 있었다.

지난 7월 11일. 교육위원과 교육감을 뽑는 선거가 있었다. 선거 40일 전, 안동시민연대에서 민덕기 후보를 추대했고 정해진 절차에 따라 선거전에 들어갔다. 교육위원 선거는 지난 98년에는 학교 운영위원장만 투표권이 있었으나, 올해는 운영위원 전체가 한 표의 권리를 행사했다. 그러나 일체의 선거운동을 할 수 없었고, 선거 며칠 전 각 운영위원들 집으로 보내진 팜플렛과 두 차례의 연설만이 허용됐다. 그리고 안동을 비롯한 북부지역 7개 도시에서 세 명의 후보를 뽑았는데, 그중 무조건 두 명은 교육 경력자가 당선되도록 정해 놓고 있었다.

돈이 있지도 않았고, 교육 경력자로 인정받을 수도 없었지만 우리는 자신이 있었다. 진정으로 내 아이들이 올바른 환경에서 교육받기를 원하는 사람들의 판단을 믿었고, 서로를 보듬고 함께 했던 동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졌다. 7명의 후보 중 3등을 했지만 교육경력자 2명이라는 규정에 걸려 4등에게 자리를 내 주어야 했기 때문이다. 불과 일등과 34표 차였다. 아직도 우리가 가진 한계가 이것이구나! 소리 없는 눈물을 가슴에 안고 선거는 끝이 났다.

선거 과정에서 참 웃기는 일들이 많았다. '내가 표가 몇갠데, 어떻게 해 줄 수 있느냐'에서 '운영위원들이 산행을 가는데 올 수 있냐'는 연락까지. 그것만이 아니다. 진심으로 우리를 도와 준 사람들에게 '후보한테 받은 돈으로 밥이나 사라'고 공공연히 요구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런 전화를 받거나, 말을 들을 때마다 우리는 승리에 대한 신념으로 뭉칠 수 있었으니 그들에게 감사해야 하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이해할 수는 없다. 언제나 잘못된 선택을 하고서 그로 인해 생기는 많은 문제에 대해 비난하고 좌절하는 사람들을 지금은 용서할 수도 없다. 

오늘 우리는 일주일의 시간을 보내고 만났다. 그리고 꼬박 네 시간을 앉아 선거에 대한 반성과 앞으로 우리가 해야할 일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는 누구도 절망하지 않았고, 우리에게 표를 던져 준 599명의 운영위원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더 열심히 교육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는데 뜻을 모았다.

나는 개인적으로 그렇게 아름다운 사람들과 살 수 있는 내 삶에 감사한다. 돈을 따라 움직이고, 확신이 없이도 상대를 빨갱이로 몰 수 있는 사람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내 행복의 무게는 늘어만 간다. 이 일을 함께 하면서 처음으로 우리는 같이 노래방에 갔다. 어깨에 어깨를 걸고 목이 터져라 노래를 불렀고 박수를 쳤다. 서로를 감싼 손길마다에 사랑이 있는 한 우리는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사)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안동지부는 문제가 있는 교육현장, 그 제일 앞자리에 서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마침내 이길 것이다. 이 땅 모든 아이들을 위해, 학부모를 위해, 그리고 선생님들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