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저녁이었다.
먼저 밥을 먹고 화장실에서 손을 씻고 있었다. 서로 맛있는 반찬을 더 먹겠다고 젓가락 싸움을 하던 아이들이 갑자기 조용해졌다. 큰 아이가 지 동생에게
"야, 니는 국기에 대한 맹세에서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 할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 하는 말이 정당하다고 생각하나?" 질문이 너무 뜬금 없어 세면대 물을 끄고 대답을 기다렸다.
"나는 마음은 바칠 수 있는데 몸까지 바치라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해." 웃음이 나는 것을 참을 수가 없어 문을 열고
"그게 그렇게도 마음에 걸리더나?" 물었더니
"엄마는 그럼 그게 이해가 된다고 생각하나." 언제 토닥거렸냐는 듯 이구 동성이다.

어린 왕자가 다섯 번 째 별에서 가로등 켜는 사람을 만났다.
"안녕하세요. 왜 방금 가로등을 끄셨나요?"
"명령 때문이야."
"명령이 뭔데요?"
"그건 내 가로등을 끄라는 거지."
"그럼 지금 막 불을 다시 켠 이유는 뭐죠?"
"명령 때문이야."
"이해할 수가 없어요."
"이해할 것도 없어. 난 굉장히 고된 일을 하고 있어. 예전에는 그래도 합리적이었는데. 매일 아침 불을 끄고 저녁이면 불을 켰었거든. 남은 시간 동안 휴식을 취하고 밤에는 나머지 시간 동안 잠을 자면서 보냈지......"
"그런데 그 이후로 명령이 바뀌었나요?"
"명령이 바뀌지 않았어. 그게 바로 비극이지. 이 별은 해마다 점점 더 빨리 도는데도 명령은 전혀 바뀌지 않았으니까!"

그래, 그게 바로 비극이다.
시대는 변했는데 교육은 변하지 않았다는 것.
아이들은 어린 왕자인데 부모들이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
우리는 왜 어린 왕자 책을 읽으며 가슴을 치면서 우리 아이들이 그 책 속의 어린 왕자라는 것을 인정하지 못할까?

오늘도 자기들의 말을 숨기고 학교로 학원으로 아이들은 시간이 없다.
자신들이 생떽쥐베리의 어린 왕자라는 것을 어른들이 알까봐 두려워하면서 책 좀 읽으라는 우리 이야기를 이해할 수 없을 지도 모른다. 

그래도 어린 왕자는 가로등 켜는 사람을 이렇게 평가했다.
'저 아저씨는 내가 만난 사람들 중에서 전혀 우스꽝스러워 보이지 않는 유일한 사람이야. 그건 아마도 저 아저씨가 자기 자신이 아닌 다른 일에 몰두하고 있기 때문일 거야.'
이 평가만이라도 가지고 가자고 그렇게 노력해 보자고 간절히 부탁하고 싶다. 나랑 같이 아이들을 가진 '부모'에게.

큰 아이가 열세 살이다.
그건 내가 부모가 된 지 열세 해가 된다는 의미다.
그러니 완벽해야 할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그 아이를 낳는 순간 난 부모가 되었고, 그 아인 자식이 되었으니 내가 부모의 역할을 배운 시간과 내 아이가 자식의 도리를 배운 세월이 같다는 뜻이니까. 그러니 노력했으면 싶다. 우리 아이들에게만 그러라 할 것이 아니라 우리도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며 살았음 한다.

오늘, 어린 왕자를 다시 읽으면서
그 안에서 우리 아이들을 만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