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교사로 와달라는 작은아이 담임 선생님의 전화를 받은 탓으로 초등학교 4학년 아이들과 두 시간동안 뭘 해야 할지 정리가 되지 않아 늦도록 어둠을 벗하고 있었다. 
시계가 새벽 세 시를 향해 가고 있는데 갑자기 살아 오면서 만난 수많은 선생님들이 떠올랐다.

'찾아 뵙지도 못하고 죄송합니다. 이 나이에도 선생님이 계셔서, 실수를 해도 그럴 수 있다고 수월하게 넘겨주시니 참 행복합니다.' 안식년이라 서울에 계시는 지도 교수님께 멜을 보냈다.
'스승이라니요, 당치도 않습니다. 조금 더 아는 선생이라면 모를까. 편지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늦은 시간 깨어 내 멜을 보시고 바로 답장을 주셨다. 더 많은 사랑, 관심을 준비하고 계신 분들이 선생님이구나 느낄 수 있어 행복한 시간이었다.

오전 열 시.
아이들 학교에 갔다.
마흔 명 남짓 아이들은 책상에 올라앉아 풍선을 불고 터트리고 마치 시골 장에 온 듯한 착각이 일었다. '머리에 손!' 담임 선생님은 그런 아이들을 능숙하게 제자리에 앉히고 수업 분위기를 만들어 주셨다. 간단히 인사를 하고 칠판에다 君師父一體 라고 썼다.
"이게 무슨 글짠지 아는 사람?"
"........"
"임금 군, 스승 사, 아비 부, 한 일, 몸 체. 그런데 이게 무슨 뜻이지?"
"임금과 스승과 아버지는 한 몸이다." 이야기를 하고 아이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왜 이 세 분을 한 몸이라고 했을까?"
"다 우리 잘 되라고 아버지와 같은 마음으로 걱정하고 가르쳐 주는 사람이라서요." 아이들은 잘 알고 있었다. 물론 임금이라는데 의문을 표했지만 그것도 시대 상황이란 것을 이해했다. 
"그럼 그런 선생님을 위해 너거가 할 수 있는 일은 뭘까?"
공부 열심히 하는 거요, 말 잘 듣는 거요. 여자 친구 소개시켜 드리는 거요. 저마다의 생각이 다 타당성이 있었다. 

너무나 자유로운 아이들과 두 시간 수업을 하고 나니 목이 아팠다. 
"선생님, 정말 힘드시겠어요." 하면서 죄송스러웠다. 나야 내 마음대로 두 시간 말하고 끝나면 될 일이지만 그 아이들 하나 하나가 교과 과정을 이해하도록 가르쳐야 하는 선생님의 고충이야 말해 무엇한단 말인가? 그런데도 너무도 따뜻한 웃음으로 아이를 대하는 선생님을 만났다.

고등학교 일 학년 때.
'사람은 저마다 받고자 하는 사랑의 그릇이 다르니까 그 사람이 원하는 사랑을 주어야 한다.'고 말씀하시던 담임 선생님. 그분은 그 말을 몸소 행동으로 보여 주셨다. 우리 반에서 가장 문제아였던 아이를 데리고 자취를 하셨고, 누구나 자기가 사랑 받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해 주셨다. 내 청소년기를 온통 채운 선생님이 있었다.

先生.
한자를 그대로 풀어보면 '먼저 남' 이다. 우리가 삶에서 만난 그런 의미의 선생님들이 아니어도 우리도 누군가에게 先生이다. 그 직분에 충실하면서 나중에 온 사람들에게 길이 되어 살아도 좋을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