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달마야 놀자, 두사부일체, 조폭마누라......
작년 한 해 사람들에게 사랑 받은 영화들이다. 다 알 듯이 이 영화의 공통점은 주인공들이 조직 폭력배들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길을 가다 머리는 짧고 몸에 쫙 달라붙는 셔츠를 입고 내지는 까만 양복을 입고 무리 지어 다니는 사람들을 만나면 무의식중에 얼굴을 찌푸리면서 왜 정신도 없이 이 영화들에 빠져들었을까?

물론 그것이 각색된 것이리 때문이리라. 의리와 인간적인 정들을 가미해 관중들을 사로잡기 위한 영화 관계자들의 노고(?)가 있어 실제로 활동하는 조직폭력 집단의 진실이 상당히 왜곡되어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난 그 영화들을 보면서 중요한 까닭을 하나를 찾아냈다. 그것은 조직에 대한, 서로를 신뢰하고 인생을 함께 살아도 좋을, 그래서 서로에게 힘이 되는 그 조직에 대한 열망이다.

정치가나 사회 지도층 사람들은 조기 축구회니 산악회니 골프회 따위의 친목 단체에서부터 자기들에게 필요한 셀 수 없을 만큼의 조직을 만들고 그것을 통해 자신의 위치를 공고히 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각기 흩어져 푸념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을까? 지금 우리는 부당한 현실을 함께 바꾸고 바른 일을 격려하며 살 수 있는 그런 조직이 절실히 필요한 것은 아닐까? 심각하게 생각해 볼일이다.

조직은 개인의 삶을 견인한다. 어떤 조직에 속해 살아가느냐에 따라 사람들은 저마다의 색깔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그것이 삶에 투영되어 나타나는 것이다. 돈, 지연, 학연 여러 가지 이유들로 사람들은 어떤 조직의 일원이 된다. 그러나 자신의 돈을 내고 시간을 들여 어떤 조직활동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조직은 개인의 삶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개인은 조직을 유지하는 힘이다. 각 개인 개인이 진정으로 원칙을 따라 살아줄 때만 조직은 대내, 외적으로 힘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난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안동지부(이하 학부모회)의 회원, 곧 조직원이다.
내 아이만 잘 되면 그만이라는 사고가 팽배해 있는 현실에서 부모로서의 이기심을 버리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라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학부모회는 계급조직도 계층조직도 아니다. 그것은 자본주의적 이익단체가 아니란 뜻이다. 돈이 되면 모이고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손을 드는 절망적인 단체가 아니라는 것이 아주 매력적이었다. 없는 살림에 시간을 내야하고(행사라도 할라치면 주머니도 털어야 한다.) 돈이 되는 것이 아님에도 자신의 한계를 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 그들과 함께 내 아이들을 기르고 싶었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절박했던 것은 더 이상 물러 설 곳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또 아이들을 희망 없는 학교로 내몰고 있는 교육정책과 사교육의 현장으로 제자들을 밀쳐내고 교사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고민하는 선생님들.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아이들을 끌어 안고 내 아이만이라도 살려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더 깊은 절망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는 학부모들이 내 가슴을 짓누른 탓이다.
이미 우리가 더 물러 설 곳은 없다. 그러나 나는 개인이 아니기에 자유롭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학부모에게, 선생님들에게조차 부당한 어떤 교육환경도 바꾸어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행여 내가 하는 일로 인해 우리 아이들이 피해를 입는다고 해도 해 줄 말이 준비되어 있고 아이들이 끝내 그것을 이해하며 자라 줄 거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만이 내 아이를 사람다운 사람으로 자라게 할 최선의 방법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이것이 조직이 내게 주는 힘이다. 

어떤 선전에 '나는 부자 아빠가 되고 싶다.'는 카피가 있었다. 무슨 투자회사 광고인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나는 '더불어 사는 법을 몸소 보여주는 엄마가 되고 싶다.' 우리 아이들이 옆 사람을 밀쳐 메달을 따는 사람이 아니라 누구나 똑같이 아프고, 누구든 사랑 받아야 한다는 원칙을 이해하며 살기를 바란다. 
우리는 살면서 원하든 그렇지 않든 어떤 조직, 단체에 속하게 된다. 이제 내가 해야하는, 할 수 있는 일 속에서 스스로 선택하기를 바란다. 현실의 이해관계가 아니라 우리 아이들이 살아야할 미래를 아름답게 만들 수 있는 그런 조직을 선택하는 일. 부모로서 우리가 들 수 있는 또 다른 보험이라고 나는 믿는다. 한 사람이 한 시민단체를 선택하고 참여하기를 바란다. 그것은 부당함을 바꾸는 거대한 소용돌이가 될 것이고 우리들 삶의 유일한 희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