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위에 찌게는 참 변화무쌍하다
첨엔 멀겋게 둥둥 떠다니는 건더기 수영하더니
늦게는  뻑뻑한 거지죽으로 거듭나고
모자라면 물 붓고 먹다 남은 잔반까지 
어우러 지면 또 다른 새로움이 일어 
끓여만 두면 제대로 울어나는 향기로 남아 있다

몇일째 시도 때도 없는 빗방울과 우뢰는
밥상위에서 연탄아궁이 위로 전전긍긍하는 찌게냄비처럼
왔다가 가고 갔다고 오는 몇날의 행보를 하고
차츰 차츰 새로움을 입맛 다시게 하는 소리로 남아 있다

오늘도 오락가락 하는 날씨에
밥상위의 찌게는 바쁘기도 하다.
몇날을 우려도 새록 새록 새롬이 있으니
장마 아닌 장마날에 
쉬고픈 배를 채워 주는 만물찌게는
신작로 배롱나무위로 백일동안 피어나는  붉은 꽃으로
남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