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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조정현       작성일 : 2002-10-16 오후 3:14:37 조회 : 2874
  1 울릉도는 오징어 없시믄 못살게시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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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을 끼고 울릉도 답사를 다녀왔다.
관광시즌이 거의 지나가고 오징어 철을 맞이한 울릉도는 생기가 넘쳐난다.
오징어배들이 밤바다를 환히 비추고 있고 울릉도의 모든 사람들이 오징어에 매달려 있다.

오징어를 잡기 위해 배를 손질하고, 온 밤바다를 하얗게 지새우며 오징어를 잡아올리고, 잡아온 오징어를 품질별로 나누어 두고, 오징어를 일일이 손질해서 대나무 창에 한축(20마리)씩 꿰어놓고, 이것을 바닷가 덕장에 널거나 건조장에 걸어놓고, 어느 정도 마른 오징어는 다시 좋은 상품이 될 수 있도록 넓게 펴고, 건조가 완료된 오징어를 포장하여 도매상에 넘기기까지의 과정을 위해 울릉도는 온통 들썩거린다.

오징어를 둘러싼 제반 과정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먼저 오징어 배는 톤수에 따라서 여러 등급으로 나뉘어진다. 주로 10톤 이하의 작은 배들은 섬에서 몇백미터 내에서 작업을 하고 톤수가 올라갈수록 멀리 나가 어로작업을 한다. 배의 규모에 따라서 그들이 밝히는 불의 밝기도 차이가 난다. 멀리 나갈 수 있는 배일수록 더욱 환한 빛을 품고 있다. 오징어잡이에서 특이한 점은 그들의 생리에 따라서 조업시기가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대개 보름을 전후한 때에는 오징어가 잡히지 않는다고 한다. 보름달의 밝은 기운 때문에 오징어배의 불빛이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어부들은 초저녁부터 새벽까지 조업을 하고 낮에 쉰다. 대신 부인들이나 노인들은 아침 일찍부터 오징어를 손질하는 일을 하면서, 서로 교대하는 방식의 가족노동 형태를 보여준다.

다음으로 오징어손질은 부녀자들과 노인들의 몫이다. 평상시에는 가족이나 전문적으로 고기손질을 하는 아줌마들에 의해서 작업이 이루어지지만, 요즘같이 오징어가 많이 잡히는 시기에는 비전문적인 부녀자들과 70-80대 노인들까지 가세하여 오징어를 손질하게 된다. 오징어의 배를 따서 내장을 들어내고 잘 씻어서 대나무 꼬쟁이에 스무마리씩 꿰는 일이다. 요즘같은 때에는 오징어를 손질해서 한축(한 꼬챙이)을 해내는데 500원까지 받는다고 한다. 철저히 성과급 제도가 적용되고 있다. 보통 1인당 100축 정도 작업을 하는데 결국 5만원 정도를 벌게 되는 셈이다. 촌에서 할일없이 소일하던 노인들에게 일당 오만원은 상당한 수입원이 된다. 그러나 일감이 줄게 되면 노인들은 자연스럽게 물러나서 젊은 부녀자들의 몫을 위협하지 않는 미덕도 발휘한다.

오징어를 건조하는 작업 역시 만만치 않다. 스무마리씩 꿰어진 대나무 꼬지를 단위로 해서 오징어들의 본격적인 이동과 호강이 시작된다. 안전하게 배를 댈 수 있는 큰 포구는 울릉도 동쪽의 저동 항구뿐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오징어배들은 이곳에 정박하게 되는데, 대부분 오징어들은 여기서 손질되어 스무마리씩 짝을 지어 각자 선주의 마을로 이동하게 된다. 결국 오징어들은 저동에 모두 집합했다가 울릉도 전역으로 흩어지게 되는 것이다. 손질을 통해 깨끗이 목욕한 뒤에 양지바른 곳에서 시원한 바닷바람을 쐬면서 일광욕을 즐기고 있는 그들의 모습은 고운 자태로 빛을 발하며 울릉도를 설레이게 한다. 

혹 부자인 주인을 만나게 되면 건조공장으로 가게 되어 불행인지 호강인지 일광욕이 아닌 실내 사우나를 즐기게 된다. 혹 어떤 이들은 해발 300-400미터 고원 마을에서 화성암 틈새로 나오는 시원한 바람과 울릉도 향나무의 그윽한 내음 속에서 건조되기도 한다. 건조가 진행되는 중에 어떤 이들은 '피데기'로 일찍이 팔려나가고 건조가 다 된 이들은 20마리씩 포장되어 큰 훼리호들이 들어오는 도동 항구로 집결하여 전국으로 팔려나간다. 

오징어가 한정없이 잡히는 이맘때에는 식당같은 곳에서 일할 아줌마들을 구하기 힘들 정도가 되는 울릉도는 혹한이 오기 전까지 오징어와 함께 계속 술렁거릴 것이다. 울릉도의 오징어잡이는 본격적인 겨울맞이의 시작이다.
           

   

 워메..잘 읽었습니다. 삶의 진실한, 생활의 고단한 비릿한 향이 물씬 풍기는 글과 사진이었습니다.2002-10-18 오후 3:27:14
 jin사진한장에 참 많은 이야기를 담은 것 같습니다. 잘보고 갑니다.2002-10-20 오전 12:07:12
 미시임()계속해서 더 좋은 글과 사진 만나길 기원합니다. 참 우리 오징어 행방은???2002-11-02 오전 10: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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