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만의 촛불이 주말마다 거리를 메우고 있다. 현재 한국은 효순이와 미선이를 추모하고 오만방자한 미국의 횡포에 반대하는 온 국민의 촛불시위가 한참이다. 지난 월드컵 때 전국민의 상징적인 응원장소였던 광화문이 이제는 반미의 구심점으로 자리잡고 있다. 묘하게도 지난 월드컵 때의 광화문 응원은 두 여중생 사건을 묻히게 만들었던 공간이었지만 다시금 이곳이 반미의 에너지로 용솟음치고 있는 것이다. 광화문은 빚을 갚고 있다.

여전히 두 어린 영혼의 해원과 온 국민의 상처받은 마음을 달래기에는 부시를 위시한 미국의 태도나 우리 정부의 자세 역시 역부족인 형편이다. 더욱이 북한을 계속 위협하고 미국의 횡포가 날이 갈수록 더해만 가고 있는 실정이기에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인들의 폭발적인 에너지와 역동적인 공동체적 정서는 능히 미국이라는 초유의 깡패집단을 극복해 나가리라 믿는다.

지금과 같이 효순이 미선이 문제가 전면에 부상되지 못했던 지난 11월 13일, 안동대학교 인문대학 통일마당에서는 두 영혼을 해원하는 굿판이 벌어졌다. 안동지역 경신연합회 무속인들과 민속학과 2학년에 다니는 새끼무당 3명이 가세하여 굿판을 벌인 것이다. 이 학생들은 책으로 배우는 민속보다 몸으로 자신이 느끼는 바를 표현할 수 있는 전통적인 매체인 굿을 통해서 실천을 행했다.

이들은 안동대학교 민속학과 2학년에 재학중인 오권이, 미주, 유경이다. 예천의 궁벽진 농촌에서 안동으로 유학 온 오권이, 구미에서 온 미주, 엄한 안동 아버지 밑에서 자란 유경이는 우리 시대 역동적인 힘을 보여주는 신세대들이다. 내가 이들을 주목하기 시작했던 것은 9월경에 안동지역 무속 답사를 갔을 때이다. 무엇 하나 눈에서 떼어내지 못하는 호기심 어린 반짝이는 눈들이 굿에 빠져들고 있었다. 이들은 계속해서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 때에도 굿판에 쉴 새 없이 붙어 있으면서 무속인들의 삶과 굿을 몸으로 체득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자신들이 느끼기에 이 시대에 가장 절박한 공동체적 문제로 생각되는 효순이 미선이를 해원하는 굿을 풀어낸 것이다. 어색한 새끼 무당들이지만 간절한 마음이 있기에 전혀 거침이 없다. 평소 길을 갈 때에도 민요를 부르며 다니는 이들이기에 무가(굿노래)를 부르는 솜씨도 제법이다. 영혼을 모시고 사는 무속인들과 간절한 소망을 담아 몸으로 표현하는 젊은이들, 그리고 이를 공동체의 문제로 받아들이고 함께 참여하여 굿을 푸지게 하는 많은 사람들이 한 데 어울린 추모굿판은, 두 여중생을 추모하는 슬픔에 머물지 않고 이를 에너지화하여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하는 역동성을 발휘하였다.

굿에 참여하였던 많은 이들은 이제 이전의 존재가 아니다. 효순이와 미선이를 좋은 곳으로 천도했고, 이 공동체의 힘을 우리 함께 모은다면 평등한 한미관계, 공정한 SOFA협정의 개정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안은 존재로 거듭난 것이다. 밤이 이슥할 때쯤 되면 멀리서 들려오던 이 아이들의 흥얼거리는 노래가락이 오늘도 귓전에 들리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