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곳에 처음 글을 쓰는 박재근이라고 합니다.
도움이 되실지 모르겠지만, 또 이 글을 읽는 분들이 잘 알고 계신 내용을 적을 수도 있지만, 지난 7월 9~10일간 저의 안동답사를 글로 남기고자 합니다.

# 첫째날(7/9(일))

- 망호리(대산종택)

대구에서 낮 12시경에 출발(저는 서울에 살고 있습니다만 일 때문에 전날 대구에서 유숙함) 의성I.C에서 구안국도로 나와 일직면 '망호리'에 도착했습니다. 

망호리는 한산이씨와 달성서씨가 작은 길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세거하고 있는 마을입니다. 조선후기 영남남인의 거두를 배출한 한산이씨와 조선후기 노론 또는 소론의 핵심가문 중 하나인 달성서씨가 불과 100여미터를 사이에 두고 있는 것입니다. 

한산이씨는 고려말 유명한 성리학자인 목은 이색선생의 후예입니다. 이곳 한산이씨의 입향조는 광해군 때 수은 이홍조(서애 류성룡의 외손자)이고, 조선후기 대산 이상정, 소산 이광정 형제분을 배출하여 퇴계선생의 정통학맥을 이은 유서깊은 마을입니다.

저는 대산종택을 방문하였고, 마침 대구에 사시면서 휴일을 맞아 종가에 오신 종손 
이방수선생과 인사하고 여러가지 말씀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선생께서는 대산선생 현양에 열정을 가지신 분으로 종가방문을 언제든지 환영한다는 말씀도 하셨습니다.

(참고1) 퇴계선생에게서 대산선생으로 이어진 퇴계학통을 간단히 도표화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퇴계->학봉 김성일->경당 장흥효->갈암 이현일->밀암 이재->대산 이상정->손재 남한조->정재 류치명->서산 김흥락
(대산선생은 밀암 이재의 외손자)

(참고2) 영조 집권초에 경종을 지지하던 소론이 정권 재탈환을 위한 비상수단으로 소위 '이인좌의 난'을 일으킵니다. 이 때 호남, 영남, 충청의 일부 가문에서 이에 호응하였는데, 대산선생 가문에서는 이인좌의 난을 진압하는데 기여하게 됩니다. 이 사건이 가지는 의미는 당시 이에 호응했던 경상우도(지금의 경남서부)가 반역향으로 낙인되어 이후 200년간 과거응시 자체가 봉쇄된 반면 경상좌도(안동)는 충절의 고장으로 남게 된다는 것입니다. 물론 당시에는 노론의 일당독재체제였기 때문에 남인(특히 영남남인)의 관직진출은 거의 막혀 있었습니다. 



- 망호리(소호헌)

대산종택 방문 후 마주보고 있는 달성서씨 소호헌을 찾았습니다. 달성서씨 입향조는 함재 서해로 그 아들인 약봉 서성 이후 조선의 명문 중의 명문이 된 집안입니다. 

약봉 서성은 서거정의 현손으로 율곡이이와 구봉송익필(선조때 정여립 모반사건을 송강정철과 함께 배후에서 확대재생산시킨 서인의 모사)에게서 공부하였고 5도감사, 5조판서를 역임했으며 사후 영의정으로 추증된 분입니다.

그 후손 중에서 문과급제만 121명이 쏟아져 나왔고, 종태(영의정)-명균(좌의정)-지수(영의정)의 3대 상신과 유신(지수의 子)-영보-기순의 3대 대제학, 명응(대제학)-호수(이조판서)-유구(대제학,이조판서,임원경제지의 저자)의 3대 학자를 배출하였습니다. 

경북북부 반가의 전형적인 가옥 양식은 ㅁ(미음)자 구조인데, 행랑채 사이로 난 대문을 들어서면 ㅁ자의 앞이 사랑채, 뒤가 안채인 구조지요. 
소호헌은 전체 가옥구조가 약간 다른 양식을 가진 듯 하나 '소호헌'현판이 붙은 건물은 사랑채여서 밖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명문가의 뿌리가 되는 집인 만큼 당당한 모습입니다. 다만 현재 후손이 거주하고 있지 않은지 안채로 들어가는 대문은 잠겨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