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호리에서 이어갑니다)

- 고산서원

고산서원은 전편에 말씀드린 대산 이상정선생을 제향하는 서원입니다.
안동에는 도산서원, 병산서원, 호계서원, 임천서원 등 유명한 서원이 여럿 있지만 고산서원 또한 안동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서원입니다.

이곳에 가기 위해서는 망호리에서 나와 구안국도를 타고 안동쪽으로 가야합니다.
(여기서 참고로 말씀드리면 망호리나 고산서원을 가기 위해서는 중앙고속도로 의성I.C보다 남안동I.C에서 나오는게 훨씬 빠릅니다. 저는 잘 몰라 의성I.C로 나왔습니다.)

안동쪽으로 가다보면 암산유원지 표지가 나오는 곳에서 오른쪽으로 나있는 옛 구안국도로 나가야 합니다. 
고산서원은 암산유원지 배타는 곳 바로 위에 있는데 국도에서 작은 다리 위로 강을 건너가야 합니다. 암산유원지는 안동사람들이 여름에는 뱃놀이하고 겨울에는 스케이트 타는 곳이죠.

고산서원은 비교적 잘 보존되어 있으며, 강당인 호인당에서 내려다 보이는 수량 풍부한 강(미천)과 건너편의 깍아지른 절벽 풍경이 병산서원 못지 않은 곳입니다.
이런 곳에서 마음을 가다듬고 선현을 생각하며 자신을 되돌아 본다면 귀중한 시간이 되겠죠.
옛날 선현들 또한 뜻을 세울 때 흠모하는 선현의 유적을 찾아 참배하였다고 하니 말입니다. 


- 내앞 의성김씨 종가

안동에서 의성김씨는 갑족 중의 갑족이라고 합니다. '의성김씨 종손이 경상감사보다 낫다'는 말을 가친께 들은 바 있지만, 과연 의성김씨는 퇴계정맥을 이은 학봉 김성일 선생을 배출한 가문이며, 이후에도 뛰어난 학자와 열녀를 배출한 명문입니다. 그 의성김씨의 본향이 바로 임하면 내앞이죠.

이곳에 가기 위해서는 안동에서 진보쪽으로 30여분 가야 합니다. 임하댐 보조댐을 지나면 왼편에 한눈에도 범상치 않은 고가들이 보이는데 이곳이 내앞 의성김씨 대종가, 소종가가 있는 곳입니다.

내앞 의성김씨 입향조는 청계 김진인데, 의성김씨들은 그냥 '청계할배'라 하지 않고 '청계대조'라고 하더군요. 청계선생의 아들 5형제가 약봉 극일, 귀봉 수일, 운암 명일, 학봉 성일, 남악 복일 5형제인데, 이른바 5룡이라 불리죠.
모두 과거에 급제했는데, 이중 약봉, 학봉, 남악은 대과인 문과에 급제합니다.

특히 학봉선생은 퇴계선생의 뛰어난 제자 중 한분으로 이후 퇴계학맥의 정맥이 학봉선생에게서 뻗어나갑니다.(그 학맥은 1편에서 말씀드린바 있습니다.)
(학봉선생에 대해서는 나중에 학봉종택을 소개할 때 좀 더 자세히 쓰겠습니다.)

여기 대종가는 학봉선생이 16세기에 지은 집으로 여느 양반집과 다른 독특한 건물배치를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대종가는 청계선생을 불천위로 모시고 있습니다.

귀봉종택, 즉 소종가는 청계의 차자인 귀봉선생의 종가로 귀봉선생의 장자인 운천 김용선생을 불천위로 모시고 있습니다. 

여기 내앞에서는 일제시대에 만주 등에서 독립투쟁을 하신 일송 김동삼선생을 배출하였고, 심산 김창숙 선생 등도 의성김씨로 의성김씨는 전국적으로 그리 많지 않은 성씨임에도 구한말과 일제시대에 의병, 열사 등을 가장 많이 배출한 가문임을 또한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고 합니다. 

멸망해가는 왕조에서 온갖 권세와 부를 누렸던 자들이 일제에 빌붙어 구차한 목숨을 이어가던 시절, 오히려 정권에서 철저히 소외되어 왔던 영남의 남인들이 풍찬노숙을 마다지 않고 뜨거운 목숨을 기꺼이 민족의 제단에 던졌다는 것은 참으로 감동적이라고 하겠습니다.

일송선생은 법흥동 임청각의 석주 이상룡선생, 퇴계선생 후손이신 육사 이활선생과 더불어 안동의 독립 3공신이라고 합니다.

내앞 앞을 흐르는 강이 영양 일월산에서 기원한 반변천인데(지금은 보조댐으로 인해 천이 아니라 거의 호수지만) 건너편에 의성김씨의 백운정이란 정자가 있다고 합니다. 백운정 현판은 숙종 무렵 기호남인의 영수인 미수 허목선생께서 쓰셨다고 합니다.

(참고) 기호남인이란?
동인은 선조 때 대체로 퇴계선생의 학통을 이은 남인과 남명 조식선생의 학통을 이은 북인으로 갈라집니다. 특히 북인(정인홍 등)이 임진왜란의 책임을 남인(서애 류성룡선생 등)에게 돌리고, 회퇴변척소(회재 이언적과 퇴계선생의 문묘배향을 배척한 사건)를 올리면서 돌아올수 없는 다리를 건너게 되죠. 북인은 광해군 때 집권하지만 광해군정권이 인조반정으로 무너지면서 이후 철저히 몰락하게 됩니다.

북인이 광해군 때 집권한 것은 임진왜란 때 곽재우장군 등 북인이 왜란 극복에 가장 많은 공을 세웠기 때문에 지금으로 하면 민주화투쟁을 한 사람이 민주화된 정부에서 정권을 차지하듯 어찌 보면 당시에는 당연한 것이었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정권에서 소외된 서인(대체로 율곡의 제자그룹)이 남인의 묵시적 동의하에 인조반정이란 비상수단을 통해 정권을 장악하자 북인은 정권에서 완전히 소외되고 남인은 이후 관제야당 또는 여당의 2중대로 잠깐씩 정권에 참여하게 됩니다. 

그러나 남인중에도 영남남인은 거의 정권에 참여하지 못하고 기호남인이 참여케 되는데 예컨대 미수 허목, 번암 채제공, 다산 정약용 등을 들 수 있겠습니다.

이 기호남인의 학통은 이렇습니다.
퇴계->한강 정구->미수 허목->성호 이익, 성호선생 이후 성호 우파와 성호좌파로 나뉘는데(헤겔우파, 헤겔좌파를 차용한 것인데 천주교에 대한 입장차로 나뉩니다. 우호적인 쪽이 좌파죠.), 우파는 성호->순암 안정복->하로 황덕길->성재 허전으로 이어지고, 좌파는 성호->녹안 권철신->다산 정약용으로 이어집니다.

한편 제가 비록 가지는 못했습니다만, 내앞에서 더 들어가면 지례란 곳이 있는데(지금은 차종손이신 김원길선생께서 지례예술촌으로 개방하고 있습니다), 이곳 또한 청계 후손이 살던 곳으로 포항공대 초대총장을 지내신 김호길박사 등 유명한 학자를 배출한 유서깊은 곳이라고 합니다.
기회 되시는 분들은 꼭 방문해 보십시오. 지례예술촌은 홈페이지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