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속촌에서 이어집니다)

- 법흥동 임청각, 군자정

민속촌에서 안동시내로 되돌아오는 길에 법흥동 임청각을 찾았습니다.
이곳은 고성이씨 종택으로 영의정을 지낸 이원의 6째 아들 이증이 안동 입향조라고 합니다. 
임청각과 군자정을 지은 분은 이증의 3째 아들인 이명으로 중종 때 형조좌랑을 지낸 분입니다. 

1편에 말씀드린 소호헌은 이명이 5째 아들인 이고에게 지어준 집이고 이고의 무남독녀 사위인 서해가 물려받아 그 때부터 달성서씨의 소유가 되었다고 합니다.
(대궐같은 와가를 그렇게 많이 세운 재력이 부럽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군요.)

임청각은 구한말 석주 이상룡선생을 배출하여 명문으로서의 명성에 값합니다. 석주 이상룡선생은 일찍이 퇴계학통의 정맥을 이은 서산 김흥락선생 문하에서 수학하였으며, 이후 무실출신의 동산 류인식선생, 내앞 출신 일송 김동삼 선생과 함께 협동학교를 설립하여 애국계몽운동을 펼쳤으며, 후에 만주로 망명 경학사 등을 통하여 독립운동에 헌신하셨고, 상해임시정부의 국무령을 역임하신 분입니다.

지금 임청각은 중앙선 철길이 바로 앞에 놓여 있어 철길 주변이 대체로 그러하듯 슬럼화된 듯 보입니다. 또 임청각과 군자정 사이에 초라한(그곳에 사는 분들께는 실례가 되는 표현입니다만) 민가들이 들어서서 유서깊은 고가의 이미지를 더욱 훼손하고 있었습니다. 

임청각에 지금 후손들이 살고 계신지 모르겠으나 대문이 잠겨 있었고, 군자정은 돌보는 사람 없이 개방되어 있는데, 안동의 어느문화단체(죄송합니다. 메모해놓지 못해 단체이름을 잊어 버렸습니다.)에서 붙여놓은 안내문이 정갈하였고, 소용되는 정보도 제공해서 좋았습니다.

군자정에서 석주선생께서 나셨다고 합니다.옛날 군자정에서 내려다보이는 낙동강의 풍광은 무척 아름다웠으리라 생각되지만 지금 군자정 앞에는 철길과 방음벽으로 가로막혀 낙동강이 제대로 보이지도 않을 뿐더러 분위기도 전혀 아니올시다가 되었으니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임청각 앞의 벽돌로 쌓은 7충전탑은 여러 곳에서 소개한 것은 보았으나, 개인적으로는 별로 감동적이진 못했습니다.
어쩌면 주변환경이 너무나 번잡스럽고 옹색하여 감동을 느끼지 못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른 곳에서도 중앙선 철길을 옮겨야 한다는 주장을 하시는 걸 보았는데, 저 역시 그 주장에 적극 찬동하는 바입니다.
일제가 야만적인 작태로 이 유서깊은 고가를 파손하기 위해 굳이 안동을 우회하면서 깔아놓은 철길을 왜 해방후 55년이나 지난 지금까지 바로 잡지 못하는 건지 답답한 심정입니다.

안동시민 여러분!
중앙선 철길 바로잡기에 모두 나서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