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임동민국 백성이다"
월드컵 신화도 넘지 못하는 생활고
쫓기는 농협빚에 세상살맛 버린 사람들
수장된 고향, 그 언저리라도 남고 싶은 사람들"
『"대--한--민--국", "짝짝- 짝- 짝짝", "오! 필승, 코리아". 소리가 지축을 울리며 지나갈 때도 우리는 그렇게 기쁘지 않았다, 그저 남의 나라의 축구 관전하는 양 덤덤할 뿐이었다. 대한민국 축구가 4강 신화를 썼다고 하지만 지금 급한 것은 농협에 진 빚 독촉을 어떻게 연장하느냐가 중대사였다.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도 안동시민도 아니다, 그저 가난하고 소외 받는 "임동민국"의 힘없는 백성일 뿐이다』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는 임동면의 30대 중반의 농사짓는 젊은 친구가 내게 던진 말이다.
이 말을 듣고 처음에는 당장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왜 그렇게 비관만 하며 사느냐?"고 되물을 수 있는 분위기도 아니었다. 당장 그 친구에게는 농협 빚에 대한 보증을 서 줄 사람을 찾는 것이 급선무였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 임동면을 찾았다. 스스로 "임동민국"이라는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과거 1980년대 초반 임동면 중평동(91년 임하댐으로 수장(水葬)된 곳, 지금은 수곡리 야산에 집단 이주 단지를 조성해 살아간다) 동네중앙에 있던 채꺼리시장을 몇 번 다녀 간 일이 있었다.
떠돌이 약장수에서부터 오만가지 보따리 장사가 경북 전역에서 몰려들었고 아이들이고 어른들이고 5일, 10일로 닷새마다 열리는 장날에는 북새통을 이뤄 사람을 비집고 다니기도 힘들었던 곳이 바로 이곳 임동면 채꺼리 시장이다.
과장된 면이 없지는 않지만 한 때 임동 채꺼리시장을 두고 우리나라에도 몇 번째 가는 큰 시장이었다는 이야기가 있고 또 임동면민들은 그렇게 믿고 살아가고 있다.
또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자동차가 없던 시절에는 보따리 상이나 보부상들이 영덕 등 바닷가에서 내륙지역으로 어물을 들고 수레나 도보로 이동하다 보면 임동 채거리시장에서 하룻밤을 묶어 갈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바로 지금 전 국민들에 인기를 모으고 있는 간고등어가 그렇게 해서 생겨난 것이 아닌가.
아무튼 80년대까지도 임동면 어물전은 필자가 생각해도 대단했다. 고등어는 둘째 치더라도 상어나 방어, 문어 등 제사상에만 올린다는 어(魚)자 들어가는 참생선은 영덕보다는 임동면에서 사야 제대로 산다는 이야기가 나돌 정도였으니 말이다.
<계속>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