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아스팔트 위에 누워 받아낸 눈물 보상금
죽음을 각오한 사람들은 못할 것도 없는데
등 굽은 아버지는 끝내 눈물을 감추고

막일로 먹고살던 사람도, 큰 목수라며 대접받으며 살던 사람도 이젠 일년에 겨우 한번 차례가 올까한 공공근로사업을 두고 이웃사촌간에 신경전을 펴야 하는 고달픈 처지에 놓인 것이다. 임동면민들도 안동시민이고 싶어한다. 시에서 추진하는 각종 사업 가운데 한가지만이라도 자신들의 지역에 떨어져 그 혜택을 보고 싶어한다.

1990년대로 기억된다. 임하댐 준공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을 때다. 친구가 이곳에 살아 그를 만나러 임동을 찾았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마침 임동면민들에게는 안동에서 영덕으로 이어지는 국도를 점령하고 차가운 아스팔트 도로에 서로의 어깨를 걸고 몸을 누인 일이 있었다. 더러는 고무신을 벗어 아스팔트 바닥을 치며 통곡을 하는 이도 있었고 펑펑 눈물을 흘리며 대성통곡하는 이들도 있었다.
팔십노인까지 몰려 나와 도로에 몸을 맡기고 34번 국도를 한동안 막아서던 이들. 임하댐 공사가 막바지까지 치닫자 더 이상 방법이 없다고 생각한 이들이 선택한 마지막 방법이었다. 이를 지켜본 필자 역시 그들의 절박함을 몸으로 느낄 수 있어 친구와 함께 차가운 도로에 몸을 눕혔다.

당시 상황이 대통령선거를 국민들의 손으로 뽑았지만 군사정부의 연장이었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당장 댐이 들어서면 쫓겨나듯 이사가야 하는 절박함이 서슬 퍼런 정권보다 무서운 일이었다. 그렇게 해서 나온 것이 「눈물보상」이다. 비록 모두가 만족할 만한 보상은 아니었지만 단돈 만원이 귀하던 그들에게 이 돈은 대부분 남은 자들에게 큰 용기를 주기에 충분했다.
갑자기 「눈물보상」이야기가 왜 등장하느냐 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 임동면민들에게는 당시 상황보다 못하면 못했지 나을 것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7월15일부터 낙동강특별법이 시행됐다. 임동사람들은 이 법이 시행되면 하류지들이 내는 물이용부담금을 현금으로 주는 걸로 아는 눈 막힌 사람들이다.

누가 이들을 아스팔트에 눕게 했는가? 그렇게 해서 보상받은 돈으로 아들딸 대학 보냈다. 자식들이라도 자신들처럼 살지 않기를 바라는 기대감으로 보냈는데, 불과 10여 년 밖에 지나지 않은 세월에 그 자식들이 대학마치고 도회지 나가 잘 사는가 싶었다. IMF가 터지기 전에 말이다. IMF가 터지자 자식까지 데리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명예퇴직이니 부도, 도산이라는 말을 이때 처음 들었다. 그전까지 실업자는 남의 나라에만 있는 것으로 알았다.
그런데 내 자식이 그렇게 돌아온 것이었다. 하늘이 무너지는 충격이었다. 임하댐만 바라보며 울기를 며칠, 속울음 하던 자식들도 아이들만 맡기고 돌아갔다. 언제 데려간다는 말도 없이 잘 키워 달랜다. 형편 풀리면 데려가겠다는 말만 남기고 훌쩍 떠났다. 등 굽은 아버지는 끝내 드러누워 피눈물을 삼켜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