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주산지에는 호수건 호수 곁이건 절이 없었다.
 김기덕 감독이 영화 촬영을 위해 물 속에다 일주문을 세우고, 호수 한가운데 인생암 암자까지 세웠다. 근데 김 감독이 센스가 있다는 것은 일주문이고 사찰이고 금방 지은 듯해 보이지 않고 수백년 이상 세월을 먹은 듯하다는 것이다.
 일주문이나 암자 모두 단청은 낡아 세월을 느끼게 하고 작은 소품 하나까지 물이끼가 자라 못해도 수백년 이상 이미 그곳에 있었던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지금 보는 사진은 일주문 머리 위로 세월을 견디지 못한 수많은 그리움(?)들이 아픈 상처를 이겨내며 살아가는 모습이 힘겨워 보여 담았다.
 보통의 나무들이 가지들을 뻗을 땐 쉽게쉽게 하늘을 향하는데, 여기 호수 속에서 자라는 모든 나무는 어느 것 하나 편한 것이 없다.

사람들은 알까? 나무도 사람같은 감정이 있어, 사람의 손길이 닿는 것을 무서워한다는 걸, 실제 많은 나라에서 연구한 결과 식물들은 자신들이 위협을 느끼는 순간, 고유 파동이 심하게 불균형을 보인다고 한다.
 하긴 땅을 밟고 살아간데도 그토록 오랜 세월을 살아왔다면 힘들어했을 것을 그 오랜 세월을 물 속에서 살아야 했으니 팔이나 제대로 뻗을 수 있었겠나 싶다.
 우린 아름답다고 보는 나무들에게도 사연이 있다는 것을 알면, 사람들의 표정은 어떨까? 또 자신을 보며 즐기는 사람들을 보는 나무의 마음은 어떠할까 싶다.

 아프지 않을까.....,
 뼈속까지 파고 드는 한기를 나무는 어떻게 견디며 살까......,
 난 뜨거운 방에서도 추위를 느끼는데, 난 옷을 켜켜이 입고도 한기를 이기지 못하고 살아가는데,
 작은 생채기 하나에도 눈물을 쏟을 만큼 아파하는데, 
 아프지 않을까, 춥지는 않을까.....,  나무는...,

다음호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