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낙동강, 그 이름만으로도 충분히 가슴 설레게 하는 위력을 가진 내 어머님 같은 강이여......

봄빛이 내린 강에 색이 있다면 어떤 색을 들 수 있을까? 
아마도 연한 연두색이 어울리지 않을까 싶다. 졸졸거리는 봄 물빛의 색은 분명, 연한 연두색이 일게다. 이제 갓 태어난 아이들의 속살 내음 같은 연한 연두색, 젖살 내음 묻어나는 풋풋함, 봄은 그렇게 빛으로, 향기로  다가오고 있었다. 

지난 주말 오랜만에 낙동강을 원 없이 보고 왔다. 
난 강을 좋아한다. 특히 낙동강은 내 어머님 같아서 좋다. 
내가 강을 느끼기 시작한 것은 10여년전 영양 일원산에서 시작해 진보를 지나 청송 보현천을 만나고 임동 대곡천을 만나고, 길안천을 만나 큰 강을 이뤄 안동 귀래정 앞에서 낙동강에 뛰어든 반변천을 따라 나서면서이다. 

그렇게 시작한 나의 강사랑은 강원도 황지에서 시작한 강이 낙동강이라는 이름을 비로소 얻게 되는 상주시 낙동까지 따라 나서면서 본격화 됐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강을 따라 줄지어선 마을, 그리고 그 마을에서 수천 수백년을 살아온 사람들의 삶을 느끼면서 낙동강에 대한 경외감마저 느꼈다. 강이 있고 조금이라도 열린 땅이 있는 곳이라면 어김없이 자리잡은 마을들.
사연이 있고, 전설이 열린 마을마다 사람들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한편의 거대한 서사시 마냥 끝이 없이 이어지는 모습에서 어찌 경외감을 느끼지 않으리.....
그렇다고 강이 모두 그렇게 엄숙한 것만은 아니다. 무수한 사연을 담아가면서도 사람들의 삶과 동화되어 가는 인간을 닮은 삶, 때로는 푸근하게, 때로는 질퍽하게 살아 숨쉬는 바로 우리의 모습인 것이다. 

몇 해전 어느 방송국 다큐멘터리에서 중국의 티베트에서 발원하여 미얀마·라오스·타이·캄보디아·베트남을 거쳐 남중국해로 흐르는 메콩강에 대해 다룬 적이 있었다. 
길이 4,020km, 유역면적 80만㎢의 메콩강은 동남 아시아 최대의 강이며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큰 강인 이 메콩강을 보는 순간 느낀 그 경외감이란, 강에 대해 인간의 단어로는 도저히 표현 할 수 없을 만큼의 위대함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글을 읽어 내려가는 내레이터 역시 자신의 감정을 이겨내지 못하고 연신 '메콩강'을 '메강콩, 메강콩'이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서도 웃음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숨막히는 압박감에 몸을 떨었던 기억이 새롭다.

잿빛의 겨울 낙동강이 이젠 숨을 쉬기 시작한다. 갇혀있던 생명들이 일제히 깨어나기 시작하는 소리가 들린다. 숭고한 생명이 탄생하는 소리, 이어지는 소리,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소리가 낙동강에서 싹을 틔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