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와의 대화

참 오랜만에 늘어지도록 잠을 잤다
어제 저녁 8시가 넘어서 늦은 저녁을 먹고 그 길로 잠을 잔 것이 일요일 아침 눈을 뜨니 10시가 넘었다. 
도대체 몇 시간을 잔 것인지.. 꿈결에 사람들의 소리가 꿈이 되었다가, 별로 다시 보고싶지 않은 사람이랑 오랜만에 데이트도 즐긴 꿈이라 서인지, 쉬이 깨어나지 못한 게 아닌가 싶다.

일어나자마자 더운물로 샤워를 하고 컴 앞에 앉았다. 
'아마 난 중독이리라..' 라는 생각을 떨치지 못하고 앉은 컴.. 클럽부터 뒤진다. 
역시 새로운 글이 올라와 반긴다. 
"하루를 이렇게 시작하는 즐거움을 알까?" 흐뭇한 미소를 짓는데 네 살 밖이 딸이 옆에서 무척 궁금하다는 눈치다.
"우리 딸... 궁금한 있어요"묻자
"아니.." 뒷말을 숨긴다. 
왜 내가 그 속을 모를까? 내심 자기랑 놀아주지 않는 서운함이 담겨 있는 눈빛...
'그래, 딸아이랑 잠깐 놀아줄까' 하는 생각으로 차주전자에 물을 올린다.
호박처럼 생긴 도자기 주전자에 물을 넣고 끓일 참에 딸아이가 본격적으로 질문을 날린다.
"아빠. 왜 차를 마셔"
"응, 그건 아빠 건강에 좋으라고 마시는 거야"
"건강에 왜 좋은데?"
"응 차에는 몸에 좋은 친구들이 아빠 몸을 건강하게 한단다"
"어떤 친구가?"

이쯤 되면 대답하기 곤란해진다.
'아... 뭐라고 대답해야하지?...이거 어떻게 대답해야 하나?'
혼자 고민하는데, 찻물이 끓기 시작했다. 그러자 다시 시작되는 질문
"어떤 친구야? 어? 아빠?"
"........, "
결국 내가졌다. 대답을 하지 못하자, 이젠 이것저것 다구를 만지기 시작한다.
"으.... 안돼 수하야. 아빠꺼 만지면 안 된다고 했지?"
제 딴에도 오밀조밀한 다구들이 귀여웠던 모양이다. 혹여 도자기나 유리로 만들어진 다구가 있어 깨어질까 하는 생각, 또 깨어진 다구에 손이라도 베일까 하는 생각에 아예 제법 무서
운 표정을 지어 겁을 줄 참인데, 아이의 미소에 두 손 다 들고 말았다. 
"히^^, 아빠 화낸다. 수하는 숨어야지...헤헤^^"
에구...., 결국 딸아이에게 지고 말았다. 

"이리와 수하야...아빠가 한번만 안아보자"
쪼르르 달려오는 아이, 아이에게서 여린 벚꽃 향이 남는다.
'사랑해... 수하야..., 아빠가 수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니?' 
혼자 속 질문을 던진다. 
"아빠, 따랑해..."
아이가 먼저 사랑한다고 말을 던진다. 아이를 한번 더 꼭 안아주고 볼을 비빈다.
"아빠, 따가와, 숨막힌단 말야"
아이 안은 팔을 풀고 아이 볼에 가볍게 입을 맞춘다.
"수하도 한잔 줄까?"
도리도리... 강하게 젖는 아이의 고갯짓.
이미 쓴 법왕에 혼이 난 딸, 침을 삼키면서도, 달려들지 못하는 마음 안다.

아이에게 법왕 한잔 식혀서 준 일이 있었는데, 그 때 아들놈은 한잔하더니 다시는 차 마시는 걸 탐내지 않는 반면, 입에 넣자말자 뱉아낸 딸아이는 매번 차 마시는 모습을 보면 달려
든다. 

'후후... 그놈 참...., 다음에 향좋은 말리화차(자스민)를 한번 줘 볼까?' 생각하다가도 너무 일찍 아이에게 차를 먹인다는 것이 영 아닌 것 같아 망설인다.

'아..., 그나저나 오늘 병원 당직서야 하는데, 정말 출근하기 싫다, 어디 빛좋은 정자에 가서 차나 마시며 사진이나 찍었으면 참 좋겠다'
생각에 잠긴 나에게 아이의 질문이 다시 시작됐다.
"아빠. 아빠~~~아.. 지금 무슨 생각해?"
'아쭈, 이 놈봐라, 이젠 내 머리 속에까지 들어오려고 하네..,햐, 그놈 참'
난 아이의 볼을 살짝 집었다, 대답한다.
"어, 아빠 수하 생각하지^^"

아... 이렇게 반나절 훌쩍 지났구나...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