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한번, 댐 한번 보며 늘어나는 한숨과 주름살
어뱅이로 살아온 삶 10여년, 한숨만 늘어
하루 2kg가 고작, 기름값도 못 건지는 어부들
빚만 늘어나는 고기잡이, 포기하면 면허 반납
쉬쉬하며 공공근로사업 돌고, 건설 막일로 대신

어뱅이, 예전에 임동에 어뱅이라는 직업을 전업으로 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아니 전무하다는 말이 옳을 것이다.
물고기라면 흔하디 흔해 물이 있는 시내든, 제법 모양새를 갖춘 강이든 어디를 가더라도 물고기는 흔했다. 낚싯대 하나만 들고 아무데나 자리를 잡고 앉으면 메기나 붕어, 잉어는 손쉽게 잡을 수 있을 정도였다. 아이들이 미루나무를 꺾어 만든 나뭇가지에 낚시줄을 묶어 밥알이나 지렁이를 걸고 잡는 어설픈 낚시질에도 물고기는 걸려 올라왔다.
뿐인가? 커다란 양푼이에다 흰 천을 감고 구멍을 낸 자리에 된장을 발라 물고기를 유혹하는 사발무지(정확한 이름이 기억나지 않지만 임동 사람들은 그렇게 불렀다)에도 몇 시간만 지나면 혼자서는 들 수도 없을 정도로 물고기는 흔했다. 양푼이 속에 든 물고기도 1급수에서만 산다는 버들피리(임동에서는 "뻐들이"라 했다)와 쉬리, 피리 등 어종도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80년대초 이른 여름, 집안 어른들과 함께 천렵을 위해 지금은 물 속에 잠긴 망천마을을 찾았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멱을 감던 곳 중에서 자라처럼 생겼다고 하여 "자라바위"라 부르던 곳이 있었다. 물론 지금은 물에 잠겨 흔적을 찾아볼 수도 없다. 아이들은 얕은 물에서 놀고 어른들은 작살을 들고 다이빙을 해 물 속 바위틈에 붙어 있는 물고기를 잡아 올렸다.
대개 메기나 꺽지가 주종이었고 어쩌다 쏘가리가 올라오면 그 자리에서 회를 떠서 먹을 정도로 여름 한철 이곳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최고의 피서지였다.
그러나 20여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임하댐, 임하댐에는 과연 어떤 물고기가 있을까? 과연 그 흔했던 꺽지나 쏘가리는 잡을 수 있을까?
대답은 "아니다, 없다"라고 과감하게 말할 수 있다.

임하댐이 들어서고 10여 년을 어뱅이로 직업을 바꿔 살고 있다는 40대 중반의 아저씨 한 분.
그는 요즘 물고기를 잡기 위해 임하댐을 거의 찾지 않는다고 한다. 물고기를 잡지 않으면 시에서 주는 허가증을 반납해야 하기 때문에 이름을 밝히기도 곤란하고, 또 행여나 시에서 조사라도 나와 그나마 고기라도 잡지 못하게 될까싶어 어쩌다 한번 배를 타고 고기를 잡는데 요즘 같으면 기름값도 못 건진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