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흥망성쇠 따라 채꺼리 어물전도 출렁이고
목탄차 끌며 누리던 부귀영화 한순간 꿈
보부상 대방까지 하던 집안 간도 땅 이주
인민군에 전 재산 뺏기고 목숨만 돌아온 고향
막일 겸했던 어물전 주인도 어느 듯 일흔

이번 호는 장사하는 사람들의 생활이야기 이다. 임동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의 삶이 바뀌는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임하댐이라는 물리적인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세간에 널리 알려진 간고등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임동면은, 우리나라 중부지역에서 바닷가와 내륙을 이어주는 중요한 길목이었다는 점에서 닷새마다 열리는 임동장 혹은 채꺼리장의 의미는 남다르다.

임동 채거리장의 역사는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임동면에 선사지대 유물인 수몰 전 무실 암각화가 있었다는 것을 보더라도 그 역사는 오래되었고, 역시 바닷가에서 잡아 올린 어패류를 내륙지역인 안동 등지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경유해야만 했다. 또 다리품을 팔아 걸어 다니는 시대적 상황을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거리상 임동면에서 하룻밤 묵어가야 하기에 갖가지 어물들이 집합하는 거대한 어물전과 상인들이 묵는 주막은 번성했으리라 여겨진다.
실제로 취재를 하다 조부 대까지 보부상의 대방 역할을 했다는 일흔을 바라보는 어른을 만날 수 있었다. 그 역시 그의 형과 동생 등 3형제 모두, 젊은 시절 임동 채꺼리에서 어물전을 크게 하다 어물전이 시들해지자 영양읍으로 옮겨 어물전을 계속하고 있단다.

양반가의 후손이었다는 자신의 집안이 6대조 대에서 안동 이천동에서 이곳 임동으로 이사 나온 후 일제시대까지, 할아버지는 임동면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이었다고 한다. 일제시대 아버지 대에서 일제의 수탈을 피해 간도로 이주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객주를 겸했던 자신의 집에는 매일 수많은 상인들이 묵어갔고 꼬박 꼬박 세금도 바쳤다고 들었다.

그러나 합방이 되고 일제의 수탈이 점점 많아지자 재산을 대충 처분하고 문전옥답은 마름에게 맡긴 채 간도 땅으로 옮겨가 살면서 시련이 시작되었다. 간도에선 뛰어난 상술과 성실함으로 큰 재산을 모을 수 있었으나 간도 땅에서 해방의 소식을 듣고 목탄차를 빌려 고향으로 돌아오는 길에, 목탄차 가득 실었던 재산은 통행료다 뭐다 해서 인민군에게 모두 빼앗기고 나중에는 맨몸뚱이만 고향에 돌아 올 수 있었다고 한다.
수 십 년 세월동안 고향 땅도 달라져, 땅을 맡겼던 마름도 사라지고 그 많던 문전 옥답도 주인을 바꾸기를 수 차례, 그래서 다시 시작한 것이 자신의 아버지는 어물전, 작은 아버지는 옹기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