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탄차에 어물을 나르던 장사치도 사라지고
옛 명성 사라진 채꺼리시장엔 찬바람만
전교생 1천5백명 초등학교도 쇄락해 가고

해방 직후인 그때만 하더라도 고작 소나 노새가 끌던 수레에 고기짐을 실어 나르던 시절이라, 목탄차 보는 것이 하늘에 별 따기만큼 어려웠던 시절이었다. 그 시절 큰 형이 목탄차를 구입해 바닷가에서 고기를 사서 내륙지역에서 비싼 값에 파는 일은 큰 수익을 가져왔다. 장사가 잘되는 날이면 목탄차 가득 돈을 실어 다닐 정도로 호황을 누렸다.

작은 아버지가 하던 옹기전 역시 목탄차에 가득 옹기를 실어 전국을 돌며 사업을 했는데 돈은 원 없이 벌었다고 한다. 그러나 버는 것만큼 쓰는 것을 좋아했고 모을 줄을 몰랐던 큰 형을 보며 분가한 자신은 영양으로 옮겨 어물전을 열었다. 동생은 임동에 남아 시장 난전에 어물전을 하다 세를 얻어 어물전을 열었으나 자동차가 한 대 두 대씩 늘고 영덕과 안동길이 차로 반나절 길로 좁혀지면서 임동 채꺼리 시장은 명성을 잃었고 장사도 예전보다 크게 못해 어물전을 접었다. 큰 형 역시 장사가 시들해지면서 가족들과 대구로 옮겨가고 형제는 영양 땅과 임동에서 안사람들에게 어물전을 맡기고 막일판을 돌면서 돈을 벌었고 지금에 이르렀다.

환갑전인 그의 동생은 아직 임동에서 산다. 옹기점을 하던 작은 아버지네는 그 많은 형제를 모두 대학까지 공부시켜 서울에서 자리잡고 살고 작은 어머님만 임동에서 산단다. 일찌감치 영양으로 옮겨간 자신의 삶과 임동에 남은 동생네의 삶은 비슷하다. 젊은 시절, 큰 형의 사업 성공이 큰 형 자신만의 영화로 끝나면서 남은 가족들은 고생길로 접어들었다. 재산도 땅도 없던 동생네는 풍으로 8년을 고생사시다 돌아가신 아버지와 술을 즐기던 어머니를 모시며 임하댐이 들어선다는 소식이 있을 때까지 함께 살았다. 그리고 여든 여덟, 일흔 여덟, 천수를 누린 부모님이 세상을 등지고도 한동안 어물전 등 갖가지 장사를 했다. 술을 좋아하던 동생네 댁은 동생을 대신해 직접 가계를 꾸렸고 올망졸망 낳은 다섯 남매를 키우며 살았다.

80년대 초까지 닷새마다 열리는 임동 채꺼리 장에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지금은 불과 3천여 명밖에 안 되는 사람들만 살지만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골골 참 많은 사람들이 살았고 읍내라는 안동까지 교통길이 좋지 않던 시절이라 제법 많은 떠돌이 장꾼까지 합세하고, 약장수까지 등장해 장날마다 채꺼리 장은 잔치판을 연출했다.

그러나 80년대 중반부터 사람들이 도시로 떠나기 시작하면서 채꺼리시장은 그 명성을 잃어 갔다. 장꾼들도 하나둘씩 채꺼리장을 잊었는지 어쩌다 한번씩만 찾더니 나중에는 아주 발길을 뚝 끊었다. 그러면서 시장 주변에서 사는 사람들의 삶은 고달파지기 시작했다. 어른들이 임동을 떠나자 한때 1천5백 명을 넘던 초등학교도 급격히 세가 줄었고 거리에는 아이들도 한산해질 무렵 임동면에도 새바람이 불었다.

임하댐건설, 90년대가 시작되면서 말로만 떠들던 임하댐이 드디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