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마다 넘치던 활기, 그들은 어디에 갔나?
한들, 무실, 박실 이름도 그리운 마을들
평생을 논에서 살던 농투성이 인생
물들고 자갈산 개간해 심은 과수, 농산물 개방에 된서리

임하댐이 들어서기 전 대부분의 임동사람들은 논농사와 밭농사를 지으며 살았다. 망천마을을 지나 박곡마을로 들어서면 무실류씨가 많이 살았던 무실솔밭까지 기름지고 너른 들판이 들어서 있었고 다시 한들마을과 독골마을을 끼고 원두들과 임동초등학교까지 샛강을 건너기 전까지도 강을 사이에 두고 난 평야에는 늘 풍요로움이 넘쳐났다.
그리고 임동면 소재지인 중평리, 장터주변에서 장사를 위주로 살아가는 장터마을과 주택가 위주의 뒷마을, 수몰 전 34번 국도 건너편 중평1리, 굼메골과 정류소마을, 쑥쟁이와 중학교가 있었던 새들마을과 과수원이 많았던 웃채걸마을까지, 넓은 시가지가 오랜 세월을 두고 채곡채곡 살아가던 곳이 바로 중평리 마을이다.

시장마다 늘 사람들이 넘쳐나고 만나는 사람마다 활기가 넘쳐나던 곳, 바로 10년 전까지만 해도 싶게 볼 수 있었던 임동면의 진짜 모습이다.
그리고도 물 속에 재운 땅은 많다. 중학교에서 시작해 마째와 위동, 대곡마을까지, 또 중평리의 끝자락 쑥쟁이마을에서 고천, 갈전마을까지 그 많았던 사람들은 모두 어디 가서 사는지, 이젠 친한 친척간이 아니라면 소식마저 끊어진지 오래다.

임하댐이 들어서고 한동안 고향에 남아 있던 사람들은 어리둥절했다. 오랜 세월을 농사만 지으며 살던 사람에게 어느 날 농사를 대신해 어뱅이(임동사람들은 임하댐에서 물고기를 잡는 사람을 어뱅이라 표현한다) 노릇을 하며 살아가라고 하니 당연,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굶어 죽기보다는 물고기라도 잡아 팔아먹으며 살아야겠다며 달려든 사람은 젊은 축에 든다. 나이 많은 사람들은 농사에서 고기 잡는 일로 바꾼다는 것이 어려운 일일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다시 삽과 괭이를 들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농사일을 다시 시작한 삶에는 과거와 다른 큰 어려움이 닥쳤다. 땅이 없었기 때문이다. 평생을 해온 일이라, 어쩔 수 없이 산을 깎아 길을 내고 나무를 캐내 땅을 일굴 수밖에 없었고 과거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고생이 뒤따랐다.
또 평생을 논농사밖에 모르고 살던 사람들도 이젠 논농사를 포기하고 과수농으로 전업했다. 논농사는 매해 수입이 나오는 것과는 달리 과수농은 땅을 일구고도 수년이 지나야 수익이 발생하는데 그동안 농협에서 빌린 돈은 이자도 갚기 힘들 정도로 늘어만 갔고 과수농이 수익이 생길 즈음은 우르과이라운드니, WTO협상이니 해가며 수입농산물 시장마저 개방해 과일값이 곤두박질까지 쳤다.
그래도 좌절은 않고 더 열심히 노력하며 살았는데 다시 IMF니 뭐니 하는 국가적 사태에 이젠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어뱅이는 그래도 한동안 형편이 괜찮았다.
댐이 만들어지고 한동안은 풀어놓은 물로기로 그물만 치면 고기가 잡혔다. 그러나 그런 행복도 오래가지 못했다.